서울시가 을지로·명동·강남·영등포 등 25개 구역 지하상가 상점 2700여 곳의 임차권 양수·양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상인들은 "20년간 임차권 양도를 허용해오다 갑작스럽게 금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주 임차권 양도 허용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조례 개정 이유로는 "임차권 양수·양도 허용 조항이 불법권리금을 발생시키고, 사회적 형평성에 배치된다는 시의회 지적이 있었다"며 "조례로 임차권리 양도를 허용하는 것은 법령 위반이라는 행정자치부의 유권해석이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달 말까지 조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시의회 의결을 거쳐 지하상가 임차권 양도를 금지할 계획이다.
이 조치의 영향권에 놓이는 서울의 지하상가는 총 25곳으로 점포 수만 2788개에 달한다.
지하상가는 1970∼1980년대 지하철 개통, 방공대피시설 설치와 함께 지하통로가 생기면서 형성됐다. 지하상가 대부분은 민간이 도로 하부를 개발해 조성한 상가를 장기간 운영한 뒤 서울시에 되돌려주는 기부채납 형태로 생겼다.
서울시는 1996년 지하상가가 반환되자 1998년 임차권 양도 허용 조항이 포함된 지하상가 관리 조례를 제정했다. 이후 임차권 양도·양수가 지난 20년간 이뤄져 왔기에 지하상가 상인들은 서울시 조치가 갑작스럽다는 반응이다.
을지로 지하상가에서 맞춤옷 가게를 운영하는 문재을(55) 사장은 "2010년 영업을 시작할 때 시설비 4000만원을 들여 가게를 꾸몄다"며 "사정이 생겨 영업을 그만두더라도 같은 업종에서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최소 시설비·철거비 정도는 권리금으로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리금을 무조건 근절해야 할 '웃돈'으로 봐선 안 된다는 얘기다.
임대차 양도가 금지되면 점포가 빌 경우 서울시가 회수해 경쟁입찰을 통해 새 주인을 찾게 된다. 서울시는 지난 2011년 최고가를 적어내는 곳에 지하상가 점포를 임대하는 경쟁입찰제를 시작했다.
을지로 지하상가에서 20년간 사무기기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임모씨는 "권리금 없이 경쟁입찰을 하면 임대료가 낮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며 "롯데가 을지로 지하상가, 신세계가 회현 지하상가 경쟁입찰에 최고가를 적어 점포를 싹쓸이하면 소상공인만 밀려난다"고
정인대 전국지하도상가 상인연합회 이사장은 "지하상가 양도 금지는 대다수 상인의 의견을 배제한 서울시의 행정 편의적 조치"라며 "2015년 5월 개정된 임대차보호법이 권리금을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도 감사원·행자부 지적을 모면하기 위한 면피 행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