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참석 차 방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기업인들과 별도 차담회를 갖고 "기업인들께서 저를 '친노동' 쪽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맞다"면서 "그러나 한편으로 기업의 고문변호사도 오랫동안 많이 했다. 저는 '친기업'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저녁 한미 양국 상공회의소가 공동 주최한 '한미 비즈니스 서밋'에 앞서 워싱턴DC 소재 해이아담스 호텔에서 기업인들과 만나 "우리 사회가 친기업, 친노동이 돼야 한다. 기업과 노동이 상생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우리나라가 진짜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차담회에는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동행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기업인 52명이 참석했다.
새 정부는 대선기간 동안 재벌개혁 방침을 천명한 데다 출범 후 일자리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과정에서 재계와 충돌하며 팽팽한 긴장관계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기업인들에게 겸손한 태도로 일일이 인사를 건내는 등 세심히 배려하면서 새 정부의 기업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행보를 펼쳤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재벌개혁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을 의식한 듯,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믿어달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모로 새 정부 경제개혁에 걱정도 있을 텐데 핵심은 기업하기 좋고,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한국경제 잠재성장률도 높아지고 기업인들도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 정부 경제정책을 믿고 더 본격적으로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려주기 바란다"고 독려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차담회에서 기업인들을 깎듯이 예우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기업하는 분들을 가장 먼저 뵙고 싶었는데 아직까지 우리 경제팀 인선이 늦어지는 바람에 이제야 뵀다"며 "돌아가면 다시 제대로 이런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차담회 장에 배치된 5개의 원형 테이블을 돌면서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원랜 도착하자마자 인사말을 하는 것으로 예정이 짜여졌지만, 문 대통령이 기업인들 한명 한명과 인사를 나누자 시간 운용에 신경을 써야할 참모들 사이에선 당황한 기색도 엿보였다. 하지만 기업인들 사이에선 일렬로 도열해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던 박근혜정부 때 풍경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특히 올해 77세인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다가가 "회장님 항상 이렇게 함께 해 주시고, 건강한 모습 뵈니까 좋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이어 "역대 대통령 취임 후에 가장 빠른 방미라고 하는데, 정상외교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빨리 회복할 필요가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 때 워낙 적극적으로 초청을 해 주셨기 때문에 거기에 화합한다는 차원도 있다"며 방미 배경을 소상히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손 회장이 "미국에서 후대하는 걸로 봐서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덕담을 건네자, 문 대통령은 손을 들어 올리며 "뭐 악수만 잘하면..."이라고 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악수가 이슈가 됐던 점을 들어 농담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각 업종별로 정부 정책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에너지·환경 분야 기업인들이 앉은 테이블로 이동해 "우리는 2030년까지 태양열과 풍력을 (전체 에너지 대비) 20%까지 높이겠다고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그 투자도 되어야 한다"며 "LNG 발전 등 대체 에너지를 함께 개발해야 원전이나 석탄을 대체하는 에너지 수급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IT벤처 기업인이 주로 앉은 테이블에선 '벤처기업을 많이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게 경제가 가야 할 길 아니겠느냐. 중소벤처기업부로 할지 아예 벤처중소기업부로 할지 고민하는데, 부로 승격시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의 차담회에는 손경식 CJ 회장 외에도 구본준 LG 부회장, 구자열 LS 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최태원 SK 회장, 허창수 GS 회장(가나다 순) 등 국내 굴지 기업의 총수 및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했다. 이 밖에 강소기업 육성을 천명한 새정부 정책
[워싱턴DC(미국) = 강계만 기자 / 서울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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