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화제를 몰고 다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다시 화제입니다.
3일 후 19일날 청와대에서 문대통령이 여야 당대표와 오찬을 겸한 회동을 하자고 했는데 안간다는 겁니다.
청와대가 홍 대표를 초청하기 위해 설득작업을 펼치고 있다는 내용은 앞서 리포트로 보도를 했구요.
지금 궁금한 것은 홍대표가 왜 안가는지인데, 이와 관련해 둘러싼 이야기를, 야당 출입하는 최은미 기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 앵커멘트 】
단도직입적으로, 왜 안간다는 겁니까?
【 기자 】
일단, 2주 전에 홍 대표가 대표로 선출된 직후 했던 취임 기자회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이 한 번 보시죠.
▶ 인터뷰 : 홍준표 / 자유한국당 대표(지난 3일)
- "얼마든지 언론을 통해서 소통을 할 수 있는데, 둘이 만나서 문 잠궈놓고 무슨 말을 하는지 국민들이 궁금하게 하는 그런 회담을 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적인 정부 시절의 산물이라고 봅니다. "
취임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통령과 당 대표간 회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셈인데요.
취임하자마자 말해놨으니, 불과 한 달도 안 된 지금 그 말을 뒤집는게 쉽지 않을 것입니다.
【 질문 2 】
홍 대표가 회담에 가지 않겠다면서 한미 FTA 재협상도 이유로 들었잖아요.
【 기자 】
2011년 한미 FTA가 국회에서 통과될 때 지금 한국당이 여당, 민주당이 야당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강하게 밀어부칠 때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반대가 어마어마했거든요.
공교롭게 당시 여당 대표가 홍준표 대표였습니다.
홍 대표는, 그 때 내가 한미 FTA 추진하면서 '나라 팔아먹은 매국노'라는 비난까지 들었다며,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한미 FTA 재협상 이야기가 나오면 첫 대면인데,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가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2011년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직접 찾아봤습니다.
보시면,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야당 의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야 5당이 합심해서 한미 FTA 반대를 외치고 있는 것인데요.
장외로도 이어지면서 촛불시위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지금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진표 의원이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로 한미FTA 반대를 주도했었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김진표 / 2011년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
- "현행 한미FTA 비준안이 이대로 통과되면 우리는 통상대국이 아니라 미국의 통상 속국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이 강하게 밀어부쳤고, 결국 비준안을 통과시키려던 국회에 최루탄이 터지는 역사상 유례없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김선동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리면서 아수라장이 된 모습인데요.
이렇게까지 반대했는데, 결과가 어떠냐, 오히려 미국이 자신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며 나서서 재협상을 외치고 있는 상황이 아니냐, 국회에 재협상 이야기를 꺼내려면, 당시에 반대했던 부분에 대해 사과부터 하라는 게 홍 대표의 주장입니다.
【 질문 3 】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다른 야당 모두 참석하는 상황에서 한국당만 불참하는 게 '몽니'처럼 비춰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 기자 】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한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국민의당은 제보 조작 사건으로 여권에 각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죠.
바른정당도 여당보다는 한국당과 더 많이 각을 세우며 협치 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홍 대표가 참석해 이런저런 문제를 제기한다한들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특히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과 G20 정상회의 같은 외교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들러리 하기 싫다"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사실 문 대통령과 홍 대표는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함께 대선을 치른 경쟁자였잖아요.
치열했던 두 사람의 신경전 한 번 보시죠.
▶ 인터뷰 : 홍준표 /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 "노무현 대통령께서 돈을 박연차한테 직접 전화해서 요구했다고 돼 있습니다."
▶ 인터뷰 :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이보세요, 제가 그 조사 때 입회했던 변호사입니다. "
▶ 인터뷰 : 홍준표 /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 "아니 말씀을 왜 그렇게 버릇없이 해요, 이보세요라니. "
이런 부분들도 홍 대표가 영수회담을 꺼리는 이유가 된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정치권에서는 인사 문제로 꼬인 분위기가 모처럼 풀렸고, 또 대통령이 해외 순방 결과를 설명하면서 야당 대표에게 협치의 손을 내미는 상황인 만큼, 홍 대표의 참석 거부가 대화 조차 하지 않겠다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