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1일 우리 정부의 남북 군사당국 회담 제의에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회담은 일단 무산됐다. 정부는 북한의 호응을 재차 촉구하고 나섰지만 북한이 우리측 요청을 수용할지는 미지수여서, 남북관계를 우리가 주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대 구상'이 처음부터 삐걱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우리 정부의 제의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고 차분하게 한 걸음씩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하고 그동안 남북 간에 합의했던 6·15, 10·4 선언 등을 존중한다면 우리의 진정성 있는 제안에 호응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 대변인은 "지금 북측의 공식 반응이 없는 상태에서 추가 제안이라든가 이런 것들은 저희가 계획을 하고 있는 바는 없다"고 말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국방부는 북측이 조속히 우리의 제안에 호응해 나오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며 "오는 27일까지는 대화 제의가 유효하다"고 말했다.
군사당국회담 제의 당시 국방부는 북한에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회신해달라고 촉구했지만, 북한은 회담일로 제시한 이날까지 군 통신선으로 전통문을 보내지 않았다. 북한 공식 매체도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는 북측의 묵묵부답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상 적대행위 중단을 제의하며 못박은 27일이 불과 일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판문점 연락관 접촉과 서해 군통신선 등 남북 간 연락채널이 모두 단절돼 북측의 회신을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북 정책의 운전석에 앉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도 시작부터 김이 빠지는 모양새다.
다만 북측에 제안한 데드라인에 대해서는 "남북 간 발전과 평화정착을 위해서 남북 간에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남북대화에 있어서 어떤 시점이나 시한이나 데드라인은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남북간 민간교류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변함없이 남북관계의 단절현상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민간교류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지원해 나간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북한이 묵묵부담으로 일관하는 속내도 관심이다. 일단 북한의 무응답은 남측의 회담제의를 받아야 할지 거부해야 할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사정을 반영한다는 관측이 있다. 북한이 공식기구나 매체 등을 통해 회담제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한미정상회담 결과나 문 대통령의 이른바 '베를린 구상' 자체가 자신들의 입장에서 긍정·부정의 요소를 모두 담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남측에서 군사당국회담에서 군사분계선(MDL)에서 적대행위 중단을 논의하자고 한 만큼 당장 회담 개최에 답을 주지 않은 채 '무언'으로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면서 향후 우리 정부의 추가 행동이나 조치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아니냐는 얘기다. 북한이 남측의 제의를 무시하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기 위해 나아가는 '마이웨이' 행보를 볼 때 당연하다는 분석도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호응해오지 않자 내달 실시되는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이전에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 등 전략적인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미는 올해 UFG 연습을 내달 21일께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에 시행되는 이번 UFG 연습에 참가하는 미군 전력 규모와 훈련 강도 등도 앞으로 북한의 행보에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미국 CNN 방송은 북한이 앞으로 2주 이내에 ICBM 또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시험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전략 도발 가능성이 매우 큰 상
[안두원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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