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발사 성공으로 미·중 간 빅딜, 북·미 간 직접 담판 가능성이 커지고 한국이 소외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한미 양국 간 소통 역할을 담당할 주재 대사들 인선이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1월 20일 퇴임한 이후 7개월째 부재 중이고, 주미 한국대사 인선도 새 정부 출범 3개월째 이뤄지지 않아 양국의 대사 부재로 인한 외교 공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 국무부가 여러 외교 경로를 통해 우리 정부 측에 "주미 한국대사 교체를 서둘러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워싱턴 외교가에선 박근혜정부 때 임명된 안호영 주미대사를 통해선 미국 측의 메시지가 한국 측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내 외교가에서도 '코리아 패싱'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주미대사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4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미 국무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를 주미대사로 서둘러 교체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미 조야의 분위기가 청와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인상을 받는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현 주미대사는 2013년 3월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 임명된 안호영 대사입니다.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통상 전문가'인 안 대사는 4년5개월째 주미대사를 역임하며 문민화 이후 최장수 주미대사 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미 국무부·백악관 인사를 두루 접촉한 현지 소식통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안 대사가 전임 정부 인사라 영향력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대통령에게 한미 관계에 대한 쓴소리를 가감없이 할 수 있는 인사를 원하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역대 주미대사는 신정부 출범 이후 한 달 내외에 임명됐고 주로 대미 경험이 풍부한 거물급 인사가 등용됐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식 약 한 달 뒤에 미·중·일·러 4강 대사를 모두 내정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한덕수 전 총리를 내정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뒤인 3월 말 한승주 전 외무장관을 발탁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후 석 달째 주미대사를 내정하지 못하고 있어 과거와 비교할 때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입니다. 한미 관계에 정통한 기존 북미국 엘리트 출신 인사에 대한 대통령과 청와대의 불신이 있어 무게감 있는 정치인을 찾다 보니 인선에 제동이 걸렸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현 정부는 '탄핵 정국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했기에 전임 정부와 단순비교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북핵 위협이 고조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이 잦아들지 않는 등 한미동맹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고려할 때 '늦은 인선'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입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코리아패싱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를 정치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인사가 워싱턴을 포함해 4강에 서둘러 포진해야 한다"며 "주미 대사가 인선되면 7개월째 공백 중인 주한 대사의 인선 속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현재 4강 대사 하마평은 청와대가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고 있어 외교가의 뜬소문으로만 돌고 있습니다. 주미대사 후보로는 조윤제 서강대 교수와 권오규 전 부총리(재정경제부 장관), 임성남 현 외교부 1차관 정도가 오르내립니다. 그러나 외교부 소식통은 "외교부에서 추천 명단도 못 올린다고 들었습니다. 후보군은 대부분 확인되지 않는다. 아마 외교부가 대사 인선을 가장 늦게 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7개월째 공백 중인 주한 미국대사 인선 역시 어려운 한미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현재까지 한국을 거친 미국대사가 총 22명인데 1955년 이승만 전 대통령 때를 제외하고 주한대사 후임자는 예외 없이 1~2개월 안에 정해
현재 주한대사로는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휴가 후 발표가 난다고 해도 내정과 국회 청문회 및 인준, 국무부 내 대사 훈련 기간까지 포함하면 실제 임명은 일러도 올해를 넘길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