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1일 '황우석 사태' 책임론에 사퇴한 박기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후임에 임대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52)를 임명했다. 임 본부장 임명은 박 전 본부장이 사퇴한 지 20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에 염한웅 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51),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위원장에 백경희 고려대 생명과학부 교수(61)를 각각 내정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인선을 발표했다. 이들 3인은 모두 서울 출신에 서울대 자연과학대를 졸업한 교수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 출신인 임대식 신임 본부장은 영일고와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생화학·분자유전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학술위원장과 KAIST 생명과학과 지정 석좌교수를 거쳐 히포(Hippo) 세포분열·분화창의연구단 단장으로 일해왔다.
박 대변인은 "임 본부장은 암 억제 유전자 기능을 규명한 생명과학 권위자로, 기초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연구지원체제를 구축하고 과기분야 혁신을 이끌 적임자"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신설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직은 차관급 자리로 국가 연구개발(R&D)사업에 대한 막강한 예산 심의 권한을 갖고 있어 과학기술계의 관심이 높다.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내정자는 서울 출신으로 서라벌고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했고 포항공대에서 물리학 석사학위를, 일본 도호쿠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이후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을 지냈으며,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로 재임해 왔다. 염 내정자는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정책자문기구였던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에서도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활동한 선거 공신 중 한명이다. 박 대변인은 "염 내정자는 기초과학 분야의 새 세대를 대표하는 물리학자로,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과학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동안 주로 원로학자들이 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에 임명됐던 터라 현역 과학자인 염 내정자 발탁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과학기술 연구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국내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백경희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위원장 내정자는 숙명여고와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나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식물 성장과 생존 메커니즘 규명이 주 연구분야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는 과기 정책과 연구개발 및 예산 배분, 조정·심의하는 의사결정 기구다.
청와대 측은 백 내정자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논문 중복 개제 문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백 내정자가 논문 중복게재로 문제가 돼 2013년에 과학지에 게재된 논문을 본인이 철회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을 검증 과정에서 알았지만 여러 덕목 때문에 발탁하게 됐다"고 말했다.
■ 임대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1965년생, 서울 ▲영일고 ▲서울대 미생물학과 ▲미국 텍사스주립대 생화학 및 분자유전학 박사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학술위원장 ▲KAIST 생명과학과 교수(現) ▲KAIST 히포(Hippo) 세포분열분화창의연구단 단장(現)
■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내정자
▲1966년생, 서울 ▲서라벌고 ▲서울대 물리학과 ▲포항공대 물리학 석사 ▲일본 도호쿠대 물리학 박사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
■ 백경희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위원장
▲1956년생, 서울 ▲숙명여고 ▲서울대 미생물학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분자생물학 박사 ▲고려대 식물신호네트워크연구센터장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現)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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