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이재용, 자필로 쓴 최후진술 '대한민국에서 저는 가장 빚이 많은 사람'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27일 "모든 게 제 불찰"이라며 "모든 법적 책임은 제가 지고 도덕적 비난도 제가 받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혐의와 관련해선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뇌물을 제공했다는 특검 주장을 반박하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이 같은 심정과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직접 준비해온 최후진술 내용을 적은 종이를 읽어내려갔습니다. 지난 1심 최후진술 당시 울먹이던 때보다 차분해진 모습으로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목소리를 가다듬었습니다. 발언 도중 재판부를 응시하며 "억울하다", "잘 살펴봐 달라"고 적극적으로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우선 "저는 재산, 지분, 자리 욕심 같은 건 추호도 없었다"며 "제 꿈은 삼성을 열심히 경영해서 세계 초일류 기업의 리더로 인정받는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꿈을 강조하면서 울컥하는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병철 손자, 이건희 아들로서가 아니라 선대 못지않은 훌륭한 업적을 남긴 기업인 이재용이 되고 싶었다"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모든 일이 저와 대통령의 독대에서 시작됐다. 원해서 간 게 아니라 오라고 해서 간 것뿐이지만 제가 할 일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며 "모든 법적 책임은 제가 지고 도덕적 비난도 제가 다 받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특히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을 거론하며 "만일 제가 어리석어 죄가 된다고 판단한다면 제게 벌을 내려달라. 여기 계신 다른 피고인들은 회사 일을 열심히 하다가 이 자리에 섰을 뿐이니 제가 다 지고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부회장 뒤를 이어 최지성 전 미전실장은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사건에 연루돼 한없이 부끄럽다"며 "제 잘못된 판단과 부주의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역시 "공직자에게 정도에 어긋난 부탁을 한 적이 결코 없다"면서도 "좀 더 깊게 생각 못 하고 멀리 내다 못 본 제 불찰과 부주의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재판이 끝나자 변호사들과 인사를 나눈 후 미소를 띤 채로 특검 측에 악수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이 부회장의 최후 진술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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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재판장님, 이 재판을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대한민국에서 저 이재용은 가장 빚이 많은 사람입니다. 좋은 부모 만나 좋은 환경에서 윤택하게 자랐고 받을 수 있는 최상 교육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삼성이라는 글로벌 일류기업에서 능력 있고 헌신적인 선후배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행운까지 누렸습니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 보답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살아 왔습니다.
지난 10개월 동안 그 동안 접해보지 못한 일들을 겪으며 그리고 사회에서 접하지 못한 사람들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평소 제가 생각한 것 보다 많은 혜택을 누린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재판장님. 외람되지만 제가 가지고 있던 기업인으로서의 꿈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선대회장이신 이병철 회장님이나 이건희 회장님과 같이 능력을 인정받아 우리나라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헌신하고 제가 받은 혜택을 나누는 참된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저는 재벌 3세로 태어났지만 제 실력과 노력으로 더 단단하고 강하고 가치 있게 삼성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이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의 리더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이는 전적으로 제 자신에게 달려있는 일입니다. 제가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도와줘도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이 도와주면 제가 성공적인 기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그런 어리석은 생각은 안 했습니다. 이 것은 정말 억울합니다. 재판장님께서 잘 살펴봐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사회와 임직원들에게 진정한 리더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이병철 손자나 이건희 아들이 아닌 선대 못지 않은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처럼 셋째 아들도 아니고 외아들입니다. 다른 기업과 달리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지도 않았습니다. 회장님 와병 전후가 다르지 않습니다. 건방지게 들리시겠지만 저는 자신도 있었습니다
이런 제가 왜 뇌물을 주고 청탁을 하겠습니까? 어느 누구의 힘을 빌릴 생각도 없었고 빌리지도 않았습니다.
최후진술을 준비하며 어떤 말을 할까 고민하며 찬찬히 돌아봤습니다. 실타래가 꼬여도 너무 복잡하게 엉망으로 꼬였습니다. 실망한 국민들에게 죄송하고 송구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 기업인 이재용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 생각하면 막막합니다. 엉망으로 꼬인 실타래 어떻게 풀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간 풀리기나 할 것인가 하는 생각에 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습니다. 재판장님. 모든 게 다 제 불찰이란 것입니다.
모든 것이 저와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시작됐습니다. 원해서 간 것이 아니고 오라고 해서 간 것뿐 이지만 제가 할 일을 제대로 못 챙겼습니다. 모든 법적 책임과 도덕적 비난도 제가 다 지겠습니다.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선처를 부탁 드립니다. 저에게 벌을 내려주십시오. 제가 모든 책임을 져야 엉클어진 실타래가
여기 계신 분 들은 회사 일을 하셨을 뿐입니다. 준엄한 재판을 받는 제가 감히 부탁 드려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몸이 묶인 두 분 특히 최지성 실장과 장충기 사장께는 최대한 선처를 부탁 드립니다.
만약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두 분 풀어주시고 그 벌을 저에게 다 엎어 주십시오. 다 제가 지고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