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석 달 앞으로 다가오자 시한에 몰린 선출직 등 공직자들의 사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으로 현직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이 사퇴한 경우 일정 기간 행정과 의정 공백이 불가피한 실정입니다.
공직선거법 53조는 선거에 나서려는 국가공무원이나 지방공무원은 선거일 전 9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을 적용하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광역시장·도지사)에 도전하는 기초자치단체장의 사퇴시한은 3월 15일입니다.
다만, 광역의회 의원이 기초자치단체(시·군·구) 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는 등 지방의회 의원이 현재 속해 있지 않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의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경우 사퇴시한은 선거일 30일 전까지입니다.
기초단체장 10여명 '체급' 올려 광역단체장 도전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수장 중 10여 명 정도가 15일까지 광역시장·도지사에 도전하려고 사직했습니다. 이들은 3선 연임 제한에 걸려 현직 출마가 불가능하자 아예 체급을 올려 잡거나 재선이지만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선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진훈 수성구청장(재선)은 대구시장에 출마하려고 올 2월 일찌감치 물러났고 인천시에서는 여성인 홍미영 부평구청장(재선)이 인천시장 선거 출마를 이유로 구청장직을 내려놨습니다.
광주시 구청장 중에는 민형배 광산구청장(재선), 최영호 남구청장(재선)이 광주시장 선거에 나서려고 사퇴했으며 허태정 대전 유성구청장(재선)은 대전시장 선거를 준비하려고 구청을 떠났습니다.
양기대 광명시장(재선)과 이재명 성남시장(재선)은 경기지사 선거에 뛰어들면서 시장직을 내놓았습니다.
복기왕 아산시장(재선)은 충남지사 출마를 위해 사퇴했으며 김연식 태백시장(재선)은 강원도지사 출마를 이유로 사직했습니다.
3선인 남유진 구미시장은 경북지사 선거에 나서려고 지난 1월 시장직을 사퇴했고 경남지사 선거에 도전하는 권민호 거제시장(재선)도 최근 시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시장·구청장이 사퇴한 자치단체는 민선 7기 출범 전날인 오는 6월 30일까지 부시장·부구청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됩니다.
'감시' 역할 광역의원들 고향 단체장 출사표
지방선거에서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단체장에 도전하는 광역의원은 선거일 30일 전인 5월 14일까지 사퇴하면 됩니다. 일부 광역의원들은 이달 2일 시작된 시장·구청장 예비후보 등록을 전후로 일찍 의원직을 던지고 사실상 선거전에 뛰어들었습니다.
자치단체 관할지역 전체를 선거구로 하는 단체장 선거는 광역의원보다 선거구가 훨씬 넓기도 하고 현직 단체장과 경쟁하는 경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광역의원들은 선수(選數)를 쌓으면서 지방행정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뒤 근거지 기초단체장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15일 현재 전국의 광역의원 30명 이상이 단체장으로 말을 갈아타기로 하고 사퇴했습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광역의원들의 사퇴행렬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부산시의회에선 강성태(수영구청장 도전), 박재본(남구청장), 정명희(북구청장) 의원이 사직했습니다. 김재관 대구시의원도 달서구청장 선거에, 최재훈 대구시의원은 달성군수 선거에 도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인천시의회의 경우 시의원 34명 중 노경수(중구청장)·이강호(남동구청장)·이영훈(남구청장)·차준택(부평구청장) 의원이 구청장 자리를 노리고 사직했습니다.
재적 의원 수가 128명으로 전국최대 규모 광역의회인 경기도의회에선 의원 4명이 시장·군수 선거에 도전하려고 의회를 떠났습니다. 경기도의회는 추가로 의원 30여 명 정도가 단체장 선거에 나설 준비를 하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광희 충북도의원은 청주시장 선거를 목표로 사퇴했습니다. 맹정호(서산시장), 윤지상(아산시장), 전낙운(논산시장) 충남도의원 역시 선거 출마를 이유로 물러났거나 15일 중 사직할 예정입니다.
강원도의회에서는 강청룡·정재웅(이상 춘천시장), 구자열·원강수(이상 원주시장), 임남규(태백시장) 의원이 의원직을 내놨으며 이들 외에도 강원도의원 여러 명이 시장·군수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사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전북도의회는 의원 37명 중 15명 정도가 시장·군수 선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대중·김영배·황현(이상 익산시장), 박재만(군산시장), 장학수(정읍시장), 이상현(남원시장), 정호영(김제시장) 의원은 이미 사직서를 냈습니다.
이들을 제외하고도 10여 명 정도의 경북도의원이 시·군 단체장 자리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져 의원직 사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단체장·광역의원 줄사퇴에 '행정·의정 공백' 우려
단체장이 사퇴한 지자체에선 부단체장이 6월 선거에서 새 단체장이 선출될 때까지 권한대행을 맡아 행정을 처리합니다. 그러나 선출직 단체장이 아니어서 적극적 행정보다는 관리형, 현상유지 행정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요한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엔 권한대행이 선거 이후로 미루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3∼6월은 한창 행정에서 예산을 투입해 열심히 일해야 할 때이며, 특히 선거를 앞둔 올해는 단체장들이 4년전 내세운 공약을 잘 마무리해야 하는 시기"라며 "이때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광역의회 역시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의원직 사퇴가 많은 곳은 남은 기간 '의정 공백' 우려가 제기됩니다.
일부 광역의회에선 의장이 기초단체장 선거 출마를 이유로 사퇴하려는 분위기여서 몇 개월짜리 임기의 한시적 의장을 새로 뽑거나 부의장 대행 체제로 가야 할 처지입니다.
의원이 많이 빠진 광역의회의 경우 상임위원회 위원 조정도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기초의원 선거구획정안을 심의해야 하는 광주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위원장인 김보현 의원이 사퇴하면서 다른 의원이 위원장 직무대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광역의원이 기초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다"며 "그러나 사퇴 전까지는 업무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