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어제 전반전을 끝내고 후반전으로 돌입합니다.
오늘 남북 정상이 2일차 회담을 하고 나면 어떤 방식이든 결과물이 발표될 텐데요.
정치부 연장현 기자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연 기자, 예정대로라면 오늘 점심 식사 전에 남북 정상이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 발표를 할 텐데, 가장 중요한 비핵화 부분에 진전이 있을까요?
【 기자 】
저도 그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만,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남북 정상은 회담 첫날인 어제 평양 순안공항에서부터 만찬 행사까지 시종일관 친밀한 모습을 선보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밝은 표정은 1일차 회담이 끝나고도 유지됐습니다.
하지만 이 훈훈한 분위기가 우리가 기대하는 구체적 회담의 결과물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아직 '비핵화'라는 단어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요.
사실상 비핵화 협상은 남북 보다는 북미 중심으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비핵화'라는 단어를 섣불리 말하면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나올 남북회담 합의문은 비핵화 부분에서의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향후 '북한이 미국과 더 구체적인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 정도의 워딩을 이끌어 낸다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질문 2 】
어제 1일차 정상회담은 시간도 30분 늘려가면서 대화를 나눴다고 하는데요.
오늘 오전 있을 회담까지 남북은 어떤 문제에 집중해서 논의를 이어갈까요?
【 기자 】
문 대통령이 밝힌 주요 의제는 비핵화 외에도 '남북관계 개선'과 '군사 긴장 완화'가 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의 측면에서는 이산가족 상봉의 확대, 스포츠와 예술 분야의 교류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산가족 상봉은 정례화 도입 등 양적 측면과 서신 교환 등 질적 측면의 논의가 함께 진행될 것이고요.
평창올림픽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스포츠 단일팀이 보여준 감동은 계속해서 남북 사이에 회자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 발전 방안도 나올 것 같습니다.
군사적 긴장 완화 부분 관련해서는 '비무장지대 내 GP 시범 철수', 'JSA 지역 비무장화' 등이 담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남북은 또 '남북군사공동위원회' 설치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사공동위원회는 장기적으로 남북의 병력과 무기 감축까지 논의할 수 있는 상설 기구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질문 3 】
회담 이야기는 그렇고요.
어제 만찬이 아주 늦은 시간까지 진행됐던데요.
관련 소식들을 소개해주시죠.
【 기자 】
어젯밤 10시 53분까지 2시간 넘게 진행이 됐습니다.
남북 정상이 주고받은 선물이 흥미로운데요.
문 대통령은 대형 대동여지도를 선물했는데, 완전한 한반도의 모습이 담긴 만큼 앞으로 자유롭게 왕래하며 교류하자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김 위원장은 5.26 회담 당시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유화로 옮긴 그림과 풍산개 사진을 선물했습니다.
아시다시피 풍산개는 북측을 상징하는 견종이기도 하고, 또 문 대통령의 반려견도 풍산개이기 때문에 취향을 고려한 선물로 보입니다.
만찬 테이블에는 백설기 약밥, 해산물 물회, 수정과 등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북한식 음식이 올랐습니다.
식사와 곁들인 술로는 북한을 대표하는 평양소주, 홍성수삼인삼술과 함께 와인도 제공됐습니다.
만찬장에는 북측 현송월 단장과 모란봉악단의 현악 공연과 우리 측 마술사 최현우 씨와 가수 알리 씨가 분위기를 띄웠다고 합니다.
【 질문 4 】
회담 마지막 날인 내일은 문 대통령 내외가 오전 중에 일찍 평양을 떠날 것으로 보이고요.
사실상 오늘 주요 행사는 모두 진행될 것 같은데, 어떤 일정들을 주목해서 봐야 할까요?
【 기자 】
오늘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2일차 회담에 이어 합의문이 발표되겠지만, 저녁 일정도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앞서 문 대통령이 환송 만찬만큼은 평양시민들이 애용하는 곳에서 식사를 하고 싶다고 북측에 요청한 바 있는데요.
이에 맞춰 북측도 대동강수산물식당 등을 후보로 놓고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문 대통령이 북측의 대집단체조 공연인 '빛나는 조국'을 관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빛나는 조국' 공연은 최근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아 새로운 버전이 나왔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대외 체제 과시용 공연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관람한다면 북한이 내부 선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비판도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오늘도 다양한 볼거리가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이 친선만을 위한 것이 아닌 만큼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결과물도 나오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연장현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