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5당이 주말인 오늘(15일) 선거제 개혁 방안에 전격 합의하기까지 정치권에서는 면담과 설득, 대화와 협상의 긴박한 움직임이 이어졌습니다.
꼬일 대로 꼬인 선거제 정국의 실마리는 어제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의 면담에서 찾아졌습니다.
문 의장은 바른미래당 손학규·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여야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청와대에 '문 대통령과의 면담' 가능 여부를 긴급 타진했습니다.
마침 일정이 없던 문 대통령은 문 의장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문 의장은 오후 5시 30분쯤부터 약 40분간 청와대를 방문해 직접 문 대통령에게 갈등 해결의 물꼬를 터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문 의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어제 대통령에게 시간이 있는지 묻고 직접 만났다"며 "'야당 대표들의 단식 농성이 9일째로 접어드는데 메시지를 내달라'고 문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 "다른 생각은 없다. 똑같이 동의한다. 선거제도는 개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득표율에 비례하는 의석수 방식이 원칙에 훨씬 더 맞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문 의장이 전했습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당대표와 대선후보 시절, 나아가 그 이후에도 이 같은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했다고 거듭 설명했습니다.
문 의장은 "문 대통령이 평소 지론을 확인한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국회 관계자는 "선거제도 개혁은 국회에서 합의할 문제고 대통령이 답할 문제는 아니지만, 이런 고비를 풀어낼 정치력이 필요하고, 앞으로 문재인정부의 민생·개혁입법을 위한 좋은 구도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해 문 대통령을 설득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선거제도 개혁 의지를 확인한 문 의장은 야당 대표들과 만났습니다.
문 의장은 국회 인근에서 열린 한일·일한의원연맹 만찬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만나 손학규·이정미 대표의 단식을 끝내기 위한 전향적 결단을 설득했다고 합니다.
이어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 농성 중인 손학규·이정미 대표를 만나 문 대통령과의 면담, 나 원내대표의 회동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 의장은 야 3당과의 소통창구인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와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는 후문입니다.
문 의장은 "사실상 어제 저녁 대부분의 상황이 정리됐다"고 소개했습니다.
어제 선거제 개혁의 공감대를 확인한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은 오늘 오전 합의문 문구를 최종 조율했고,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연기한 끝에 선거제도 개혁 합의문을 발표했습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오늘 낮 국회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보내 여야의 선거제 개혁 합의 분위기를 거들었습니다.
임 비서실장은 열흘째 단식 농성 중인 손학규·이정미 대표를 만나 단식 중단을 요청하고 "국회가 비례성 강화를 위해 합의안을 도출하면 지지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그동안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선거제도 개편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습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 시절인 2014년 10월에는 당 비대위 회의에서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가 초래하는 지역구도를 완화하고 약화하는 지역대표성 보완을 위해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한다"고 말했습니다.
작년 대선에서는 공약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내걸었고, 지난 3월 발의한 개헌안에 '국회의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해 배분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최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대통령이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것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라고 했지만, 문 대통령이 그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언급할 때는 대부분
선거제 개혁이 국회 구성 및 국회의원 선출과 직결되는 만큼 청와대가 직접 이 문제에 관여하지는 않았으나, 문 의장과의 회동에서 이러한 소신을 재확인하면서 선거제 개혁을 둘러싼 갈등을 마무리하는 데 촉매 역할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