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불과 한달 앞두고 대미 실무협상을 이끌 새 얼굴로 내세운 김혁철 전 주스페인 대사가 핵문제를 장기간 다뤄 상당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김 전 대사는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아프리카 지역에서 대사 업무를 수행한 경험은 없는 것으로도 파악됐다. 북측이 미국과의 2차 핵담판에 임박해 실무협의를 총괄할 키 플레이어를 갑작스럽게 교체한 바탕에는 김 전 대사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김 전 대사와 같은 시기에 현지에서 3년간 근무했던 박희권 한국외대 석좌교수(전 스페인주재 한국대사)는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대사는 평양에서 핵문제를 오랜 기간 다뤄온 전문가"라며 "핵문제에 대해 상당한 내공을 갖춘 것으로 알고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일부 언론에서는 김 전 대사가 에티오피아와 수단, 남수단 등지의 대사를 지낸 것으로 나오던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김 전 대사가) 나에게 '대사 근무 경험은 스페인이 처음'이라고 이야기했다"고 소개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대사를 지낸 '김혁철'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맞상대로 새롭게 발탁된 김 전 대사와는 '동명이인'이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북측이 대미 핵협상에 새로 투입한 김 전 대사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사이의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근무 당시 아시아지역 대사모임 등 여러 계기에 북측 김 전 대사와 수차례 접촉했던 박 교수는 "김 전 대사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가 핵문제에 대해 상당한 내공을 가진 전문가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전문성을 갖춘 김 전 대사가 (미·북 정상 간) 회담 준비작업을 잘 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간이 흘러서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김 전 대사가 자신이 핵·군축 문제와 관련해 자신이 외무성 내에서 맡았던 직책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던 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김 전 대사의 개인적인 스타일과 자질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김 전 대사를) 초대 스페인 대사로 낙점했을 만큼 신임을 받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비건 특별대표의 상대로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인터뷰에서 박 교수는 스페인 근무때 김 전 대사와 북핵문제에 대해서도 수 차례 의견을 교환하고 대화를 나눈 바 있다. 그는 지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과 핵통제공동위원회에 실무진으로 참여해 핵문제에 대한 식견을 갖췄다. 박 교수는 1990년대 초반 북핵문제에 초첨을 둔 최초의 연구서적 중 하나인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핵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전문성을 갖춘 북측 김 전 대사와 이야기가 쉽게 통했다"고 회상했다. 박 교수는 당시 김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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