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한 번 치뤄보지 않은 사람이 당 대표가 돼선 안 됩니다. 총선 승리를 위한 지식, 경험을 다 갖춰야죠"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하는 안상수 의원은 2020년 21대 국회의원 총선 승리를 이끌 적임자를 자처했다. 5일 안 의원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선거에 관해서 가장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능력을 갖춘 췄다고 자부한다"며 "총선에 승리하고 제1당으로 거듭나 문재인 정권의 좌클릭·종북 정책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 지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후보, 대선주자급 후보가 당선되면 한국당의 지역정당화, 사당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어 충청 출신의 수도권 지역구 후보인 자신이 오히려 범 보수진영의 통합을 보다 원활하게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선 객관적이고 타당한 기준으로 공천관리위원회를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집권 3년차 정부의 여당이 공천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노려 한국당이 일찌감치 비례대표 후보를 확정해 잡음이 많은 여당과 차별화한 모습을 보이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다음은 안 의원과의 일문 일답.
-당 대표 출마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 대한민국이 어렵다. 평화로 가는 길이라곤 하지만 안보에 대한 국민 불안이 크다. 경제는 악화일로로 가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폭주가 계속되면 대한민국 경제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걸 멈추고 반전할 수있는 건 2020년 총선에서 한국당이 승리해 제1당이 되는 것 뿐이다.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방향에 대해 견제하고 지나치게 좌클릭 하거나 종북으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총선 승리를 위해 선거 전문가인 내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선거에 관해선 가장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판단·집행 능력이 있다고 자부한다. 일단 나 자신이 선거를 많이 치렀다. 공식 전적이 9전 5승 4패다. 1996년 15대 국회부터 시작해서 4번의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전국단위 선거, 내가 출마하지 않았어도 옆에서 지켜보고 도와준 선거가 셀 수 없이 많다. 선거를 아예 치러보지 않은 사람과는 확연히 다르다.
나는 우리 자유한국당이 어려울 때마다 극적인 선거 승리를 이끌어낸 전적이 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2002년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와 함께 수도권을 가져오면서 김대중 정권의 레임덕을 촉발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6년도 마찬가지다. 그때도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와 함께 수도권을 수성하면서 정권에 큰 타격을 줬다. 정권의 좌파 정책을 시정하고 우리 당을 유지하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2016년 국회의원 총선에선 당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공천 배제 때문에 무소속으로 나가 당선이 됐다.
-당 내에 선거 경험이 많은 사람은 더 있을 것 같은데, 어떤 면이 차별화되나?
▷선거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이 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통합을 끝까지 이뤄본 경험, 어려운 상황을 이겨낸 경험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전국위원회 의장 대행을 맡으면서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변화할 때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 지난 지방선거 참패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시작될 때도 전국위 의장으로서 지금의 김병준 비대위원장 체제를 출범하는 준비위원장 역할을 했다. 당헌·당규에 우리 당의 새로운 이념과 면모를 담는 과정에도 일조했다.
과거는 미래를 얘기해 준다. 앞으로도 이런 통합을 진행하는 과정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당이 조금 아슬아슬한 부분이 있는데, 서로 화합하고 내년 선거를 잘 치를 사람이 나라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는 거다.
-최근 한국당 지지율이 많이 회복됐다. 앞으로 더 여력이 있다고 보나?
▷물론이다. 우리나라 정치 지형도는 소위 보수와 진보가 3대 3. 그리고 약 40%가 중도다. 지난 번에는 한국당이 국민들에게 너무나 실망을 줘서 보수 30%가 지지를 철회하고 중립쪽으로 섰다. 그래서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갔던 거다. 지금은 문재인 정권이 폭정과 실정으로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는 반면, 한국당은 비대위 체제 이후 싸우는 모습도 없고 대안정당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으니까 지지율이 오른 것이다. 지금은 30%대까지 원상 회복하는 과정이다. 이번 전당대회 이후 적임자인 당 대표가 뽑히고 당을 잘 이끈다면 35~40%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일각에선 특정 후보가 당선되면 한국당이 지역정당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동의한다. 그래서 통합을 위해선 굳이 얘기하자면 수도권 내지 중부권 후보가 너무 특정 지역 표를 많이 받는 후보 보다는 좀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남지역 당원들이 염두에 두고 판단하면 될 것 같다.
나는 충청도에서 태어났다. 내가 인천시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인천시민의 30% 정도가 충청도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인천, 충청, 나아가 호남쪽 정서까지도 상당히 아우를 수 있다고 본다. 영남은 오히려 나같은 사람을 잘 활용해서 전국정당화로 가는 도구로 쓸 수 있다. 자유한국당이 영남 기반의 정당이긴 하지만 내가 그간 한국당에 수많은 봉사와 희생, 어려운 시기에 소정의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평가해주면 좋겠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준표 전 대표 등 원외 후보들의 바람이 강하다. 승리할 전략은?
▷선거전문가를 자처하는 입장에서 내가 유력하다 이야기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가능성이 있다. 영남지역에서 나의 주장에 공감대를 가지면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히 의원들의 의중이 바뀔 수 있다. 당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또 한번 극한대결로 가고, 소위 잠룡들이 다투는 형국이 된다면 갈등과 계파싸움이 불가피해진다. 전당대회가 그간의 잘못과 은원을 녹이고 품는 용광로가 돼야 하는데, 자칫 나쁜 방향으로 가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대권주자들의 다툼이 되면 어떤 후보가 당선될 경우 나머지 후보들은 굉장히 비판적인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본인들은 아니라 해도 패거리가 생기니까 어쩔 수 없다. 또 당권을 쥔 쪽에선 미래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공천권 행사, 당 운영 등의 문제에 있어서 소위 사당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그걸 비판하는 사람들과는 또 갈등이 생기는 거다. 지금까지의 역사가 그래왔다. 그러면 당장 내년 선거는 망치는 거다.
이게 국회의원들에겐 피부로 와닿는 일이다. 국가·당 자원에서도 문제지만 의원 개인의 일이기도 하다. 대안이나 방법을 많이 고민할 텐데, 충분히 변화의 바람이 불 수 있다고 본다.
-출마선언 당시 태권도 격파 퍼포먼스가 화제가 됐다.
▷여담이지만 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선후보 경선을 했었다. 사람들은 물론, 나도 당연히 박 전 대통령이 이기는 걸로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누가 내가 이길거라고 생각이나 했겠느냐.
나는 경선이나 이런 선거에 참여하는 것을 축제에 함께하는 걸로 생각한다. 비용을 좀 들여서 우리 당에 힘도 보태고 축제를 여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당 대표는 꼭 당선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도 축제에 참여했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우리 유권자들은 정치인이 얘기하면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재미있는 것으로 관심을 끌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내가 태권도도 했겠다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자고 생각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지역 당원들이 많이들 보셨더라.
-이번주 내내 지역 방문 일정이 잡혀 있다. 어떻게 지지를 호소할 생각인가?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과 전주·전북을 아우르는 일정이다. 전국위원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출마하느라고 지역 방문이 좀 늦었다. 앞서 얘기한 내용을 진솔하게 전할 생각이다. 내가 두 번이나 대통령 경선에도 출마했는데 그 때는 표를 안 줬으니까 삼세판 이번엔 좀 도와달라고 해야지. 그냥 확 울어버려서 동정표라도 구할까 생각도 하고 있다. 하하.
-차기 당 대표의 핵심 과제는 제21대 총선 승리다.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제일 중요한 건 공천이다. 공천에서 중요한 건 당선 가능성이다.
선거를 잘 치를 능력도 없는데 이미지만 보고 공천하면 실패한다. 당선 가능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은 있다. 객관·타당한 기준으로 전문가적 입장에서 판단하되, 지역주민·당원들에게 평가의 많은 부분을 맡기면 될 것이라고 본다. 당 대표나 공천관리위원장 의지대로만 할게 아니라 의원들이나 상임전국위원회 등에 의견을 물어서 투명하고 공정한 관리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얘기다.
전략적 요소가 필요하긴 하지만, 최소화하는 게 맞다. 지지도는 높은데 범국민적 입장에서 봤을때 '저런 사람이 해서 되겠느냐'하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 전략공천이 없으면 좋지만, 있더라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비례대표의 경우는 전국적으로 공모를 해야 한다. 형식적인 공모가 아니라 진짜 공모로 선발하는 것이다. 시기는 일찌감치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그분들이 열심히 뛰어다닐 기반을 마련해 주는거다.
야당이 공천을 일찍 하고 선거운동에 힘을 쏟으면 결국 여당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은 중간심판의 성격이 강하고, 이 시기쯤 여당은 공천 다툼이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에 대한 대통령의 장악력도 떨어지는 시점이다. 청와대에서 내려온 사람. 원내에 있던 사람이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싸우는 거다. 집권 시절에 우리가 다 해봤던 것이다. 아마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반면 야당은 깔끔하게 논란거리 털고 선거운동에만 집중하는거지. 두 상황이 대비되면 국민들의 선택에도 영향이 클 거다.
-대여투쟁의 전략은 어떻게 세우고 있나.
▷나경원 원내대표가 나름대로 대여투쟁을 잘 해나가고 있다. 여기에 113명의 의원 모두를 전사로 만들어 힘을 실어주면 된다. 당이 대규모 집단투쟁과 같은 행사를 전국 단위로 계속 진행하거나, 지역 여론을 움직일 장외활동을 계속해야 한다.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자리를 많이 많드는 것이 중요하다.
-보수대통합 역시 차기 당대표의 과제다.
▷범 보수권의 유수 인사들을 잘 모셔야 한다. 태극기 애국세력이나 범 보수권의 많은 지도자와 소통·화합해서 하나로 힘을 모을 수 있게 이끌어 나가야 한다.
-그 대열에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도 품을 수 있나?
▷난 늘 대답했다. 유승민이라는 정치인이 보수의 훌륭한 자산이다. 다만 해결할 문제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호적 분위기에 있는 분들을 모시는 것이 지금은 첫째다. 유 전 대표는 다음 문제다. 외연은 넓히되 그분이 수용범위에 있는 것인지 계속 타진해봐야 한다. 아주 현실적인 문제로 말로만 단결해야 한다고 할 일이 아니다.
유승민 이외의 분들은 사실 문제가 없어. 당장 내일이라도 오면 된다. 당을 떠난 분들 가운데 일부 개혁성이 있는 분도 있고 상당히 유망한 정치인도 많다 하지만 유 전 대표의 경우는 조금 특수한 상황이 있기 때문에 범 보수권 전체에서 양해가 되는 범위가 어디인지, 어디까지 설득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유 전 대표와 손을 잡았는데 더 큰 문제가 생기면 안 되는 거다. 이정도가 현
-다른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은?
▷모름지기 선거는 끝까지 가는 거다. 내 사전에 다른 건 없다. 단일화 이야기 자체가 국민들에게 실례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당에 대해 할 수 있는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뛰겠다.
[백상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