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미국은 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평양행을 전격 결정한 걸까요.
그 배경에 대해 송주영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1 】
원래 판문점에서 만날 것으로 알려졌었던 걸로 아는데요. 실무협상 장소가 바뀐 건가요? 아니면 평양이었는데 잘못 알려졌던 건가요?
【 답변 1-1 】
판문점이나 평양 얘기가 있었고, 이 가운데 판문섬 가능성이 더 높단 관측이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1차 때 실무협상 장소가 판문점이었기 때문인데요.
사실 미국이나 북한, 우리 정부 어느 쪽도 실무협상 장소를 확인해 준 적은 없습니다.
【 질문1-2 】
누가 봐도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모양새인데, 왜 판문점이 아닌 평양에서 실무협상을 하는 걸까요?
【 답변1-2 】
무엇보다 협상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로 보입니다.
지난 1차 때는 판문점에서 실무협상이 이뤄졌는데,
이때 미국은 북한의 '느린 결정'에 상당히 불만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실무협상 파트너였는데,
별다른 진척이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평양 지시, 그러니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그때그때 협상 상황에 대해 지시를 받아야 해서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1차 때와 달리, 신속하게 김정은 위원장 판단을 확인할 수 있는 평양으로 직접 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만큼 미국의 협상 의지가 강하단 의미로도 해석됩니다.
【 질문2 】
제일 궁금한게요. 비건 특별대표가 평양으로 들어가면, 북한과 협상중에 본국 정부와 협상 내용을 협의해야 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죠.
【 답변2 】
네. 평양에 미국 공관이 없으니 본국과 연락하는데, 보안 문제도 그렇고, 아무래도 불편하다는 말씀이신데요.
앞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을 왔다 갔다 하면서 어느 정도 통신 연습은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스웨덴 대사관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이 미국의 대리대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스웨덴 대사관을 이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 인터뷰(☎) : 우정엽 /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 "미국의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 많은 것에 대해서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평양에 들어간다고 해서 통신에 문제가 생긴다거나 스웨덴 대사관을 이용해서 본국과 꼭 통신을 해야 하는 상황은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결국, 미국 입장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확인 작업만 남았기 때문에, 본국에 추가 확인할 사안이 많지 않을 것이란 의미로 해석됩니다.
【 질문2-2 】
어쨌든 갑자기 판문점에서 평양으로 바뀌니 미국이 북한에 끌려간다는 느낌이 있지 않나?
【 답변2-2 】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요.
그 보다는 1차 판문점 회담 때 '느린 결정'에 답답했고, 그러다보니 효율성을 높이자는 전략적 선택이 아닌가 싶습니다.
【 질문3 】
북·미간에 큰 틀의 결정이 이뤄졌다는 건데, 과거, 코리아패싱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우리 정부와의 조율이 잘 안된 적도 있었잖아요. 이번엔 어떤가요.
【 질문3 】
네. 비건 특별대표는 우리 측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한반도 교섭본부장과는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로 소위 말해 쿵짝이 잘 맞는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3일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이도훈 본부장을 만나 만찬을 겸한 사전조율을 했는데요.
아무래도 비건 대표가 고기를 좋아하고 한국 음식도 잘 먹는 걸로 알려진 만큼, 한식집에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도훈 본부장을 만난 다음 날 청와대로 가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났는데, 이때 사전 조율은 완료된 것으로 보입니다.
북미 협상 과정에 정통한 외교부 당국자는 MBN과 통화에서 "한미가 조율해 놓은 안이 있고, 마지노선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만큼 철저히 준비했다는 말로, 평양에서 드라마틱하게 바뀔 사안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 질문4 】
지금까지 얘기를 들어보면, 김혁철 전 대사와 달리, 비건 특별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사실상의 협상 전권을 받아왔다고 보여지는데요. 폼페이오 국무장관보다 낮은 '차관보급'인데도 전권을 줬을까요?
【 답변4 】
그래서 일각에서는 비건 대표가 이번에 평양에 가도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말씀하신 '차관보급'이란 이유에인데요.
그런데 전문가들은 대북 특별대표 자리는 '차관보급'이다라고 딱 정해지는 것은 아니고,
어떤 사람이 가느냐에 따라 힘이 실리는 게 다르다고 말합니다.
이른바, 실세이냐, 아니냐일텐데요.
그런 점에서는 비건 특별대표는 상당한 권한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런 이유로 비건 대표가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도 제기되는데요.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양무진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큰 틀에서 실무대표인 비건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만남이 이뤄진다면 비핵화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조치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 이미 내려진 것이 아니겠느냐 이렇게 보여지고…."
결국, 김 위원장이 비건 특별대표를 만나는 건, 2차 북미정상화담의 성공 개최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란 해석입니다.
【 클로징 】
지금까지 송주영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 : 김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