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13일로 출범 1년을 맞는 가운데, 당은 정체성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한채 혼란에 치닫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12일 창당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진보를 배제하지도 보수를 버리지도 않는다. 다양성의 시대에 진보와 보수를 함께 아우를 것"이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당 정체성으로서 '진보' 성격을 부정하는 유승민 전 대표와의 공존 방법을 묻는 질문에 "(우리 당이)진보만 추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진보와 개혁보수를 다 아우르겠다는 것"이라며 "합리적중도까지만 포용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답했다. 유 전 대표가 지난 8일 바른정당 출신 의원 8명과의 집단행동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보수개혁을 주장했지만, 손 대표는 그 주장에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1년전 '통합'의 가치를 내걸고 창당했지만, 안철수·유승민이라는 두명의 대권후보를 가진 정당이라기에는 그 성적표는 초라하다. 국민의당 39석, 바른정당 9석의 두 당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민주평화당 분당으로 30석 마이너스 통합을 했고, 비례대표 의원 4명도 당 활동에 불참하고 있다. 지난해 재보궐선거 송파을, 노원병 공천을 두고 계파 갈등을 빚었고, 6·13 지방선거는 지방자치단체장을 한명도 배출하지 못해 참패했다. 이후 탈당 러시는 지난해 12월 이학재 의원의 한국당 복당에서 정점을 찍었다. 지지율은 한자리수 대에 머물고 있다.
성과도 미미하다. '1년간의 성과'를 묻는 질문에 이날 손 대표와 권은희 정책위의장이 꼽은 것은 ▲거대양당 정쟁 속에서의 국회 운영 중재(유치원3법 포함) ▲국회 특활비 폐지 및 세비인상 관련 개혁 추진 ▲연동형비례대표제, 의원정수 확대 등 정치개혁 추진 정도였다. 그마저도 원내 중재는 원내3당으로서의 태생적 역할이고, 특활비 폐지 등 국회개혁은 정의당의 교섭단체 퇴출에서 주도권을 가져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당 계열이 당 주도권을 가진 상황에서 손 대표가 추진한 당내 통합은 아직 바른정당 계열과의 화학적 결합을 맺지 못한 상태다. 손 대표-김관영 원내대표 투톱체제에서 판문점선언 비준동의,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등을 놓고 당내 반발로 지도부가 결정을 번복 또는 선회 했다.
최근 당 안팎에서는 창업주 격인 안철수, 유승민 전 대표의 역할론도 회자되고 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철수 유승민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함께 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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