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하는 말을 했다가 5시간 만에 사과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정치인의 도를 넘어선 '가벼운 입'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요.
정치부 이동석 기자와 뉴스추적에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질문 1 】
이 기자, 우선 나경원 원내대표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비하 발언이 어떻게 나온 겁니까?
【 기자 】
네, 현재 자유한국당은 4주 연속 대규모 주말 장외집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해 전국을 돌며 보수층 끌어안기에 나선건데요.
나 원내대표의 해당 발언은 어제(11일) 오후 대구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나왔습니다.
▶ 인터뷰 : 나경원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어제)
- "문빠, 뭐 XX 이런 사람들한테 공격당하는 거 아시죠? 대통령한테 독재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지도 못합니까, 여러분?"
영상을 보시면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 지지자들로부터 엄청난 환호를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고, 나 원내대표는 원고도 없이 첫 주자로 연설에 나섰습니다.
【 질문 2 】
그렇다면, 비하 발언이 어떤 의미길래 논란이 되는 건가요?
【 기자 】
나경원 원내대표의 해당 발언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른 이유는 바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낮춰 부르는 '비속어'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문빠'·'달창' 등 거친 비속어는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지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비하 용어입니다.
나 원내대표가 발언한 '문빠'는 문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층을 칭하는 단어로, 주로 비하를 위한 맥락으로 사용됩니다.
'달창'이란 단어를 살펴보면 차마 입에도 담기 어려운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달빛기사단'이란 문 대통령 지지자 모임을 변질해 그야말로 지지자들을 속되게 표현한 겁니다.
【 질문 3 】
나경원 원내대표가 해당 비하 발언은 사과했나요?
의미를 살펴보면 좀 너무한 것 같은데요?
【 기자 】
나 원내대표는 비하 발언을 쏟아낸 지 5시간 만에 수습에 나섰습니다.
어젯밤 8시 40분쯤 "문 대통령의 극단적 지지자를 지칭하는 과정에서 그 정확한 의미와 표현의 구체적 유래를 전혀 모르고 특정 단어를 썼다"고 사과한 건데요.
원내대표의 입에서 '사과'란 말이 나온 건 그만큼 상황을 엄중히 판단하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이처럼 나 원내대표가 수습에 나섰지만, 정치권에선 나 원내대표를 겨냥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손혜원 의원은 "표현의 의미와 구체적 유래를 모르고 쓴 게 더 한심한 일인 걸 아직도 모른다"며 "요즘 내뱉은 말들도 의미도 모른 채 마구 떠드는 것이었느냐"고 비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국민들 마음에 상처를 주기 위한 말 폭탄을 던지려고 장외로 간 건 아니지 않느냐"며 나 원내대표를 겨냥했습니다.
▶ 인터뷰 : 이해식 /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 "의미를 모르고 썼다면 사리분별력이 없는 것이고, 알고도 모른 체 한 것이면 교활하기 그지 없는 것입니다."
【 질문 4 】
그런가 하면 청와대와 여당인 민주당은 공무원 비하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죠?
【 기자 】
이른바 '공무원 비하' 발언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회의 시작 전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부처 공무원들이 엉뚱한 짓을 한다"며 볼멘소리를 쏟아낸 겁니다.
▶ 인터뷰 : 이인영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그제)
- "정부 관료가 말 덜 듣는 것, 이런 건 제가 다 해야…자기들끼리 이상한 짓을 많이 해서…."
자신들이 이야기해놓고, 이런 발언이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놀라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 인터뷰 : 김수현 / 청와대 정책실장 (그제)
- "이거 (녹음) 될 것 같은데, 들릴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토교통부가 3기 신도시 발표에 신경 쓰느라 상대적으로 버스에 신경 쓰지 못했다며, "버스대란 대책에 답답한 심정이 와전돼 표현된 것 아니겠느냐"며 수습에 나섰지만,
한국당은 "부조리 코미디 같은 장면이 바로 문재인 정부 2주년의 현주소"라며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
【 질문 5 】
사실 정치인의 발언이 문제가 된 것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 기자 】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5·18 유가족을 '괴물집단'에 비유했다가 대중적 인지도로 최고위원에 당선된 일이 있습니다.
차명진 전 의원은 세월호 비하 발언을 했다가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막말로 욕 한번 먹고, 오히려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앵커멘트 】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보여주고, 정치인의 발언은 그 나라의 국격을 보여줍니다.
정치인들의 가벼운 입으로 우리 국민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아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정치부 이동석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