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등 정치권에 촉구한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출범은 여야 대치에 따른 조사위원 구성 지연으로 근거 법률 시행 후 8개월째 표류 중입니다.
문 대통령은 어제(18일) 제39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기념사에서 "아직 위원회가 출범조차 못 하고 있다"며 "국회와 정치권이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노력해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9월 14일 시행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따른 공식 기구입니다.
특별법은 5·18 당시 민간인 학살, 인권 침해와 조작 의혹, 시민에 대한 발포 경위와 책임자, 헬기 사격, 암매장지 소재와 유해 발굴, 행방 불명자 소재 등을 진상조사위 조사 범위로 규정했습니다.
한국당 요구로 북한군 개입 여부도 포함했습니다.
또한 특별법은 9명의 조사위원을 국회의장이 1명, 여당이 4명, 야당이 4명(한국당 3명, 바른미래당 1명)씩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습니다.
문제는 조사위원 추천 실무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우선 한국당 몫 위원 추천이 늦어졌습니다.
오늘(19일) 국회 및 정치권에 따르면 문희상 국회의장은 안종철 박사를, 더불어민주당은 송선태 전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 민병로 전남대 교수, 이성춘 송원대 교수, 이윤정 조선대 교수를 각각 일찌감치 추천했습니다. 바른미래당도 오승용 전남대 교수를 추천했습니다.
그러나 한국당은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도적으로 제기한 지만원 씨를 위원으로 검토해 논란을 빚다가 지난 1월 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차기환 전 수원지법 판사를 뒤늦게 추천했습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권 전 사무처장과 이 전 기자가 특별법상 조사위원의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임명을 거부했습니다.
특별법에 명시된 '법조인, 교수, 법의학 전공자, 역사연구가, 인권활동가 등 분야에서 5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 당시 청와대의 설명입니다.
이후 한국당의 재추천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한국당은 오히려 앞서 민주당이 추천한 이윤정 교수가 '피해 당사자'라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한국당은 지난달 15일 '군인으로 20년 이상 복무한 사람'을 조사위원 자격 중 하나로 추가하는 내용의 5·18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와 관련, 지난달 16일 당시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조사위를 조기에 구성해 달라'는 문 대통령의 당부에 조사위원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군 경력도 조사위원 자격요건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한다는 것으로, 조사위 구성에 파란불이 켜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대치가 본격화하면서 여야의 관련 논의도 멈춰섰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5·18 기념일 전에 진상조사위를 출범해야 한다며 한국당을 압박했으나, 문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5·18 기념일 이전 조사위원
일각에서는 한국당 몫 2명을 뺀 7명의 위원으로 진상조사위를 '개문발차'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하지만 특별법이 '위원회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했고, 7인만의 출범 강행이 또 다른 시빗거리를 낳을 수도 있는 만큼 여야는 완전한 형태의 위원회 출범을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