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2일) 오후 도쿄의 일본 경제산업성 별관 1031호.
한일 양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와 관련한 첫 실무회의를 연 이곳에는 일본 정부의 의도적인 '홀대'가 곳곳에서 감지됐습니다.
화이트보드 1개를 배경으로 테이블 2개와 의자가 덩그렇게 놓인 이곳은 '회의실'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창고'에 가까운 공간이었습니다.
회의장 내부 귀퉁이에는 간이 의자가 쌓여있었고, 이동형 테이블은 포개져 한쪽편에 놓여져 있었습니다.
바닥에는 정리되지 않은 전선이 삐쭉 튀어나와 있었으며 곳곳에서는 파손된 의자나 책상 등 기자재의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오늘 회의가 일본 정부가 지난 4일 고순도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핵심소재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한 이후 처음 열리는 자리인 까닭에 양국의 국민적 관심이 쏠린 자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무리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도 회의 장소로는 적절치 않아 보였습니다.
일본 정부는 참가자들의 뒷면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수출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라는 일본어를 프린트한 A4용지 2장을 이어 붙여놨습니다.
한국이 주장한 '협의'의 자리가 아니라 단지 자신들의 보복 조치를 한국에 설명하는 자리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 종이가 붙은 화이트보드에는 '1031호용 보드'라는 파란색 글자가 적혀 있어 주최 측 일본의 '무성의함'을 강조했고, 양측 참가자들이 앉는 테이블에는 참가자들의 이름표조차 없었습니다.
평소 '오모테나시(일본 문화 특유의 극진한 대접)'를 강조하던 일본이 이번 회의에서 얼마나 '극진한 홀대'를 했는지는, 한국 측 참가자들이 도착한 순간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회의장에는 경제산업성의 이와마쓰 준(岩松潤) 무역관리과장과 이가리 가쓰로(猪狩克郞)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이 먼저 도착했는데, 이후 우리정부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과 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회의장에 입장할 때는 자리에 앉은 채 정면만 응시했습니다.
회의의 '호스트' 역할을 한 일본 측은 한국 측 참석자들에게 악수를 권하지도 명함을 내밀지도 않았습니다.
특히 일본인 참석자들은 한국 측과 달리
오늘 회의는 발언이 시작되기 전 1분만 취재진에게 공개됐는데, 양측은 한마디도 서로에게 건네지 않고 눈인사도 하지 않은 채 정면만 응시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