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소집 요구로 7월 임시국회의 문이 오늘(29일) 열렸으나 쟁점 현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빈손 개회'를 면치 못했습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의 확답을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원포인트 안보국회'를 주장하는 두 야당의 입장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며 오늘 국회는 개회식조차 열지 못했습니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오늘 오후 회동을 갖고 의사일정 합의를 포함한 협상을 시도할 방침이지만, 양측 사이에 불신의 골이 깊어 신뢰회복의 장치를 어떻게 마련할지 여부가 돌파구 마련의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7월 국회 회기 내 추경 처리를 한국당이 약속해야 일정 협의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그동안 한국당이 추경 처리를 경제원탁토론회, 북한 목선 국정조사, 정경두 국방장관 해임 건의안 등의 조건에 연계하며 발목을 잡은 만큼 한국당에 대한 신뢰가 먼저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입니다.
이해찬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이 여러 조건을 붙여 추경안의 발목을 잡는데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국익을 위해 작은 차이를 넘어서는 초당적인 협력을 기울여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이 협상과정에서) 새로운 조건을 갖다 붙여서 신뢰의 문제가 있다"며 "원내대표나 책임있는 선에서 신뢰 문제에 대한 확인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당내에는 한국당의 7월 국회 소집이 일본 경제보복 과정에서 형성된 불리한 국면을 전환하거나 방탄국회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불신의 분위기도 강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이 일본 경제보복 국면에서 친일 프레임에 갇히니까 안보로 국면 전환을 하려는 시도로 읽힌다"며 "경찰의 패스트트랙 고소고발 수사에서 소환에 불응하는 한국당이 방탄국회를 연 것이라는 의심도 있어 추경 처리에 대한 확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당은 '안보 국회'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여당이 추경을 핑계로 7월 국회에 응하지 않다고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경안 처리와 안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이번 주 안에 시급하게 안보 국회를 열어야 한다"며 "제대로 심사해 추경을 통과시키자고 아무리 제안해도 (여당이) 추경을 핑계로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당은 국회 운영위원회, 국방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등 안보 관련 상임위원회를 열어 일본 수출규제와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현안 질의가 시급하다는 입장입니다.
여당이 요구하는 추경 처리에 대해선 철저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야당이 언제 추경을 안 해준다고 했나. 우리 당은 대승적으로 추경을 해주겠다고 했다"며 "다만 이게 빚내기 추경, 맹탕 추경인 만큼 대폭 삭감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바른미래당도 안보 상임위 개최를 촉구하며 한국당과 보조를 맞췄습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한 차담회에서 "경제위기와 안보위기 속에서 여러 현안들을 짚어볼 수 있는 안보 관련 상임위를 열고 현안 질의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민주당이 오히려 다른 조건을 달지 말고 좀 더 책임감 있는 자세로 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여야가 추경과 안보 국회를 놓고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3당 원내대표들은 오늘 오후 회동하고 의사일정 협상에 나설 예정입니다.
한국당이 정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처리를 보류한 상황에서 추경 처리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면 의사일정이 전격 합의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오늘로 추경의 국회 계류가 96일째 이어지며 2000년 최장기간 계류 기록(107일)을 깰 가능성도 나오는 가운데 법안 처리마저 하염없이 미뤄지며 갈수록 거세지는 '최악의 국회'라는 비판 여론 역시 여야의 부담입니다.
국회에 따르면 20대 국회 들어 법안 제출 건수는 2만101건(26일 현재)으로 법안 처리율은 27.6%에 불과합니다.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은 19대 국회 처리율(33.7%)에도 못 미칩니다. 특히 3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지난 4월 5일 이후 116일째 단 한개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17개 상임위 가운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정보위원회 등 5곳은 올해 들어 법안을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국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일하는 국회법'이 지난 17일 본격 시행된 상황이라 저조한 법안 처리에 대한 압박은 여야 모두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