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하는 가운데 주한미군 기지 이전 문제까지 거론되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최근 한미 간 미묘한 분위기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는데 청와대는 확대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정치부 김근희 기자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질문 1 】
최근 청와대 관계자가 아무리 동맹 관계여도 국익 앞에 우선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을 향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오는데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겁니까?
【 기자 】
미국이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발언들을 내놓았죠.
문제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지소미아 종료의 책임은 일본에 있는데 미국은 주로 우리 정부에 대해 불만을 쏟아 냈다는 겁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의 경제 보복보다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가 미국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자꾸 이런 메시지를 내면 일본도 미국이 우리 편이구나라고 보고 추가 보복 조치 등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은 미국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볼 것이라며 각 나라는 자국의 이익 앞에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습니다.
미 당국자가 독도 훈련까지 거론하며 생산적이지 않다고 지적하자 청와대가 우리도 동맹보다 국익을 우선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겁니다.
【 질문 2 】
결국 외교부가 해리스 미국 대사까지 불러 이같은 메시지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는데요.
일본 대사를 초치한 건 많이 봤는데, 주한 미국 대사 초치는 사상 처음 아닌가요?
【 기자 】
지난 28일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를 청사로 불러 공개적인 실망과 우려 표시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주한 미국 대사를 청사로 부르는 초치는 이례적이지만전례가 없는 건 아닙니다.
1977년에도 미 정보기관이 청와대를 도청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당시 외무부가 미 대사를 초치하기도 했습니다.
외교부는 해리스 대사를 부른 건 정기적 만남의 일환이지 초치가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는데요.
하지만 미측과 물밑에서 조율하지 않고 미국 대사를 청사로 부르고, 이 사실을 공개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물론 이후에도 미측은 여전히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우려 메시지를 내놓았는데요.
다만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이후 기자회견에서 한일 양측에 실망했다며 처음으로 일본의 책임도 언급하는 등 달라진 기류를 보였습니다.
【 질문 3 】
해리스 대사가 잇따라 안보 관련 행사에 불참한 것을 두고도 이와 연관짓는 해석이 나오죠.
미군 기지 이전도 거론되는 상황에서 한미 갈등과 연관이 있다 이렇게 해석하는 시각도 있는데요.
【 기자 】
해리스 대사의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입니다.
100% 미국산 소고기를 쓰는 한 미국 햄버거 브랜드 개점 행사인데 밝은 표정으로 햄버거를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우리 외교부가 자제를 당부한 바로 다음날인데, 이날 예정돼 있던 다른 행사들은 불참하거나 취소돼 관심을 모았습니다.
당초 해리스 대사는 오전에 DMZ 평화경제포럼 개막식에 참석하고 재향군인회에서 한미 동맹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었지만 불참하거나 아예 취소됐습니다.
향군의 경우 최근 안보 상황 등을 고려해 자신들이 강연 시기를 연기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미 대사관 측은 햄버거 가게 방문은 원래 예정된 행사였다고 설명했습니다.
【 질문 4 】
한미 관계가 심각한 거 아니냐는 지적에 청와대 반응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있지도 않은 갈등 프레임을 만들어 낸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고요?
【 기자 】
저희가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직접 취재해 봤습니다.
이 관계자는 해리스 대사에게 직접 누가 일정을 취소했는지 알아보긴 했느냐며 이를 한미 갈등으로 몰아가는 등의 보도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주한미군 기지 문제는 정해진 절차에 따른 논의일뿐 지소미아나 방위비 분담금과 전혀 연관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이것이 우리 정부의 전략이라면 누가 공개하겠는가라고 덧붙였는데요.
이처럼 미국이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결정에 실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과도하게 한미 갈등으로 해석하는 것은 오히려 한일, 한미간 문제 해결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 앵커멘트 】
한미동맹은 한미 양국의 안보와 외교 경제 발전의 굳건한 토대라고 봐야죠.
66년의 혈맹과 동맹관계가 지소미아 종료 선언으로 균열이 생기지 않아야겠습니다.
정치부 김근희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