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피 한 방울 흘리지 말고 살을 1파운드 베어내라는 것과 비슷하죠."
정부 고위당국자는 오늘(25일) 기자들과 만나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둘러싼 일본과 갈등을 풀 해법 찾기의 어려움을 셰익스피어의 고전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내용을 인용해 토로했습니다.
'일본기업이 배상하라는 사법부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한국의 원칙과 '징용 배상 문제는 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됐으니 일본기업에 피해가 가서는 안 된다'는 일본의 입장 사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 '딜레마'에 처한 것입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어제(24일) 회담에서 '양국관계의 악화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데 공감했지만, 징용판결을 둘러싼 양국의 입장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은 것도 '의지'만 갖고 풀릴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총리를 수행해 일본을 다녀온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워낙에 양측 기본 입장의 간극이 크기 때문에 한 번에 총리 회담했다고 해서 좁히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6월 제안한 이른바 '1+1'(한일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위자료 지급)안을 토대로 한 수정안(1+1+α)을 두고 일본 측과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단일한 안으로 수렴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일부 학자들이 제시하는 '일본의 사과를 전제로 위자료는 한국 측이 지급한다'는 방안도 현실성이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입니다. 이 당국자는 "위자료를 받을 권리를 확보했는데 제 3자가 받지 말라고 할 자격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내달 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효력을 잃는다는 점도 정부가 신경 쓰는 대목입니다.
미국이 한국을 향해 공개적으로 지소미아 중단 결정을 번복할 것을 촉구하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해야 지소미아 중단조치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고위당국자는 "원인제공
원칙을 견지하겠다는 뜻으로, 일본도 지소미아 중단결정과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압박을 받겠지만 겉으로는 '지소미아 중단돼도 일본 방위에 영향이 없다'고 밝히는 등 내색하지 않고 있다는 게 이 당국자의 진단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