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불발에 이어 이번에는 '영입 세습'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장이 내일(4일) 기자회견을 예고했습니다.
정치부 권용범 기자 나와 있습니다.
【 질문 1 】
권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번에는 '영입 세습' 논란에 휩싸였다는데 무슨 말인가요?
【 기자 】
네, 지난달 31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내년 총선에 대비해 영입한 인사 명단을 처음 공개했는데요.
총 8명의 인사 가운데 청년 분야로 백경훈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와 장수영 정원에스와이 대표가 발탁됐습니다.
백 대표는 조국 집회 당시 변상욱 앵커와 '수꼴' 논쟁을 벌여 화제가 됐던 인물이죠.
▶ 인터뷰 : 황교안 / 자유한국당 대표
- "백경훈 대표가 자리를 함께한 게 또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아마 자유한국당에 청년이 부족하다 이런 생각을 하시는 거 같은데 옛날 얘기하지 마십시오. 그렇죠?"
그런데 백 대표가 20대 총선에서 청년 인재로 영입된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실 비서의 남편인 것으로 알려진 겁니다.
이를 두고 청년 대표까지 세습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 질문 2 】
그렇다면,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에서는 어떤 입장을 내놓았습니까?
【 기자 】
네, 논란이 불거지자 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입장글을 올리고 즉각 해명에 나섰습니다.
신 의원은 "당 최고위원으로서 영입 인재 선정 과정에서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은 건데요.
'수꼴' 논란까지 자신이 만든 것은 아니라면서, 전북대 출신이 청년 대표를 또 맡으면 안 되느냐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러면서 "같은 단체에서 활동한 것이 문제라면 역대 국회에 민변,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은 금배지를 세습한 분들이냐"고 반문했습니다.
【 질문 3 】
영입 명단에 있던 박찬주 전 육군대장은 일단 보류가 됐는데, 박 전 대장이 내일 기자회견을 한다고요?
【 기자 】
네, 박 전 대장은 내일 기자회견에 앞서 간단한 입장문을 언론에 보냈는데요.
"40년 군 생활의 마지막은 헌병대 지하 영창이었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 우리 군이 민병대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지역구 출마설이 거론되고 있는 박 전 대장은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며 우회적으로 자유한국당을 압박했습니다.
황 대표는 박 전 대장을 영입하고자 수차례 노력했고, 1차 명단 발표에서 보류했을 뿐 다음번 발표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 질문 4 】
그런데 자유한국당 영입 발표를 놓고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죠? 황 대표의 리더십에 연일 상처가 나는 모양새인데?
【 기자 】
현재 의석수를 보면 자유한국당은 영남권에서 강세를 보이지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황 대표가 어떤 인물을 내세우느냐에 따라 혁신 의지를 보여줄 수 있고 이에 따라 내년 총선의 판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호 영입이 박 전 대장이다 보니 과연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젊은 층에 먹힐 수 있느냐에 논란이 제기된 겁니다.
과거 20대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종인 전 의원을 삼고초려 끝에 비대위원장으로 세워 제1당 자리에 오른 바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도 지난 2011년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박근혜 비대위 체제'로 과반의석 확보에 성공한 사례가 있습니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메이저리그 투수 출신 박찬호 씨와 배우 김영철 씨를 영입하려 했지만 모두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 질문 5 】
이런 와중에 지난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활동했던 이자스민 전 의원이 정의당에 입당하면서 충격을 줬죠?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필리핀 출신으로 최초의 귀화 국회의원이자 다문화 전문가인 이자스민 전 의원은 이주민 문제 해결을 원해 입당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수자 대표를 자처해 온 정의당은 이 전 의원의 합류로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보며 성공적 영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반면, 자유한국당에서는 훌륭한 자원도 빼앗기고 새로운 인재마저 내세우지 못한다며 비난이 나왔습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주위에 있는 소중한 인재를 일회성으로 소비한 것은 아닌지 반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 질문 6 】
이번 주에 자유한국당이 2차 영입 인재 명단을 발표한다고 예고했죠?
【 기자 】
네, 하지만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수도권에서 표를 얻으려면 젊은 보수 인재가 필요한데, 여기에 해당하는 인재들이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과의 통합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분간 통합 움직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말 그대로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인재 영입 논란 이후 황 대표는 유튜브에 색소폰을 불며 나타났지만, 오히려 정무적 감각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 앵커멘트 】
지금까지 정치부 권용범 기자였습니다.
[ dragongtiger@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