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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제1당인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를 가동해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들에 대한 자체 수정안을 마련한 뒤 본회의 표결 처리를 시도할 예정이다.
4+1 협의체는 예산안, 선거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을 먼저 처리하고 이후에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군소정당들이 사상 최초로 500조원이 넘는 슈퍼예산안과 선거 게임룰을 정하는 선거법개정안, 형사사법체계를 완전히 바꾸는 공수처설치법 등을 제 1야당을 제외한 채 강행 처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셈이다.
4+1 협의체는 예산안의 경우 513조5000억원 규모에서 1조원 가량 삭감한 수정안을 마련한 상태다. 민주당 등은 이를 정부원안 대신 상정해 통과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여야 의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 예산 증액에 혈안이 돼 있는 상황에서 4+1 협의체가 한국당을 제외하고 '깜깜이 심사' '담합심사'를 통해 국가 예산안을 결정할 경우 국민적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4+1 협의체의 예산안 협상은 그동안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고 아무런 회의록도 남기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당이 "법적근거도 없는 4+1협의체는 세금 떼도둑"이라며 "정파적 이해관계로 뭉친 정치집단의 결정에 기획재정부가 협조할 경우 간부들을 모두 고발하겠다"고 벼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민의를 반영하고 선거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선거법 개정안은 그동안 여야 합의를 통해 이뤄져왔다.
그런데 민주당이 정의당 등 군소정당과 손 잡고 선거법을 강행 처리하면 '의석수'를 놓고 정치적 흥정을 한 것이라는 오해를 피하기 어렵다.
여당이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은 '검찰개혁'을 내세워 연내에 공수처설치법과 검경수사권조정관련법을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려는 의도에서다.
일각에선 "내년에 공수처가 설치될 경우 검찰이 수사 중인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리 및 감찰무마의혹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사건을 모두 넘겨받아 공수처가 직접 컨트롤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정의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총선에서 두자릿수 의석을 확보할 경우 민주당과 정의당이 '범여권연대'를 추진해 국가보안법 폐지 등 진보진영이 바라는 개혁입법을 밀어붙일 개연성도 있다.
패스트트랙법안 총력 저지에 나선 한국당은 지난달 29일 본회의에서처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시도해 안건 통과를 저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당의 새 원내대표 선출에 따라 여야가 막판 협상에 돌입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 국회는 여야 반목과 극한 대결로 역대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고 있다.
더구나 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 유불리와 당리당략에 매달리면서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민생은 완전히 실종된 상태다.
여야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한국당 새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대타협의 정신을 발휘해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여당은 입법독주를 멈추고, 한국당도 강경 투쟁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여당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필요하다면 여야가 새 교황 선출방식인 '콘클라베식'협상이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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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공복으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이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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