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비핵화 대화를 진전시키지 못하는 북미가 연일 수위 높은 공방을 주고받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에 '새 계산법'을 내놓으라고 한 이른바 '연말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긴장이 고조되는 데 따라 북미 관계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어제(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12월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동창리 서해 발사장에서 인공위성의 발사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개발과 관련한 시험이 이뤄졌으리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ICBM 발사와 핵실험 중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외교의 성과로 거듭 내세워 온 사항입니다.
명시적인 선언은 없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종의 '레드라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 속에 트럼프 대통령의 어조도 강경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8일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이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비핵화 대화가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북미가 정상 간 신뢰를 강조했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북미 관계는 결이 다르게 다가옵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속단을 경계하면서 북미 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오늘(9일) "북미가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은 것으로 본다"면서 "북미 모두 판을 깬다고 공언한 것은 아니니 그 부분에 주목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습니다.
북미의 강도 높은 언사를 대화 시기가 임박했을 때 나오는 특유의 '벼랑 끝 전술'로 본다면 역으로 문 대통령의 '촉진자역'에 더욱 비중이 실릴 수 있습니다.
그제(7일) 이뤄진 한미 정상 통화가 미국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의 급박성을 인식한다는 점과 함께 문 대통령의 '촉진자역'을 여전히 신뢰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를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 문 대통령이 비핵화 대화 촉진을 위해 가장 주력할 수 있는 대목은 미국과의 직접 소통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미 정상은 그제(7일) 통화 당시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지 통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청와대가 전한 바 있습니다.
'연말 시한'을 목전에 두고 한미 정상이 '수시 소통'을 약속한 만큼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 시 체제 안전 보장과 대북제재의 완화 또는 해제 등 '상응조치'를 더 전향적으로 검토해줄 것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상시 소통 채널이 마련된 미국과 달리 북한과의 소통에는 난항이 예상됩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했으나 김 위원장은 이를 거절하는 등 남북 관계가 예전같지 않다는 데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과는 중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소통하는 방안이 가능해 보입니다.
이달 말 중국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에 한중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지난 5일 청와대를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문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필요한 모멘텀이 유지되도록 건설적 역할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일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비핵화와 관련한 김 위원장의 정확한 의중을 전달받은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시 주석을 통해 '연말 시한'의 유예 등을 북한에 제안하는 시나리오 등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청와대와 정부가 북한과의 직접 소통이 어려운 상황이라 하더라도 직접 대화 가능
이 경우 남북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꺼내 들었던 대북 특사 파견 등을 검토할 공산이 커 보입니다.
지난해 5월 판문점에서의 2차 남북 정상회담 같은 '깜짝 카드'도 있으나 청와대 내부에서도 현 상황에서는 성사 확률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