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오늘(23일) 공직선거법 개정 합의안을 도출하기까지의 과정은 팽팽한 '줄다리기'의 연속이었습니다.
선거법 협상에 내년 총선 결과가 왔다갔다 한다는 위기 의식에 여야는 자당의 이익을 최대한 관철하기 위해 벼랑끝 전술을 불사했습니다. 이에 따라 협상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12월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10일 협의체의 공조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킨 이후 패스트트랙 협상은 일단 잠시 소강상태를 맞았습니다.
예산안 일방처리에 대한 한국당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민주당이 협의체 협상과 함께 한국당을 포함한 선거법 협상을 시도하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펴기로 하면서입니다.
선거법이 내년 총선의 룰을 결정하는 만큼 플레이어들이 모두 참여하는 합의가 필요하다는 명분, 선거법에 있어서는 '거대양당'의 한 축인 한국당과 지향하는 방향이 일부 일치한다는 실리 등을 고려한 판단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당과의 협상이 '난망'하다고 판단한 민주당은 13일 협의체의 소수야당들에 잠정 단일안을 제시했습니다.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250:50석에 연동률 50%, 연동형 캡 30석 적용, 석패율제에 의한 의석수 6석' 등을 골자로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의당 등 일부 야당이 연동형 캡 도입에 크게 반발하며 민주당의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단가를 후려치듯 밀어붙이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민주당이 발끈했습니다.
민주당은 주말인 15일 전격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협상판 자체를 엎어 버렸습니다. 단일안이 아니라면 패스트트랙에 오른 원안(지역구·비례대표 의석 225:75, 연동률 50% 등)으로 표결에 부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바른미래당·평화당·대안신당 등 호남계 정당은 물론 민주당 일부도 반대표를 던질 수밖에 없는 방안입니다.
잠시 '냉각기'에 접어든 협의체의 협상은 16∼18일 또 한차례 출렁였습니다.
민주당이 석패율제 대신 이중등록제를 대안으로 내놓으면서입니다. 이로 인해 협의체의 논의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250:50에 연동률 50%, 연동형 캡 30석의 한시적 적용 및 이중등록제 적용 등으로 좁혀지며 합의 타결 조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9부능선'을 넘었다는 자체 판단에도 17일 늦은 밤까지 진행된 협상은 그러나 불발됐습니다.
바른미래당이 이중등록제 도입에 완강한 태도를 보이면서입니다. 이튿날인 18일 민주당을 제외한 협의체의 소수야당 대표들도 연동형 캡은 수용하되 석패율제 도입을 계속 주장하면서 협상은 끝없는 이전투구로 치닫는 듯 했습니다.
이후 19일 자유한국당이 꺼낸 '비례한국당' 카드가 새로운 협상 국면을 만들어냈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서 석패율제 적용 의석수를 3석으로 타협하는 대신 연동형 캡을 당초 30석에서 20석까지 낮춰서 한국당의 전략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소수정당들 사이에서 민주당의 '동요'로 자칫 협상판이 엎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특히 정의당 내부에서는 더 시간을 끌었다가는 그동안의 논의가 무위에 돌아갈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됐습니다.
이후 또다시 맞이한 주말에서 협의체의 물밑 움직임은 한층 강화됐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석패율제 도입에 대해 강한 의견을 피력해온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소통하며 '맨투맨' 설득 작업을 벌였다고 합니다.
아울러 '획정 인구기준 변경' 문제를 위한 매듭도 풀어야 했습니다. 호남의 농산어촌 지역구 통폐합을 피하기 위해 '선거일 전 3년 인구 평균'을 획정 기준으로 삼으려던 협의체의 구상을 법정화하기 어렵다는 '난관'에 부딪혔기 때문입니다. 이에 협의체는 전날 지역구를 현행대로 유지함으로써 호남 지역구 통폐합 문제를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그런 뒤 결국 이날 회동을 통해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253:47에 연동률 50%, 연동형 캡 30석 및 석패율제 백지화 등을 골자로 하는 내용에 최종 합의했습니다.
여야 모두 한 보씩 양보해 합의안을 만들었다는 자평을 내놓지만, 일각에서는 결국 막판 협상 과정에서는 자당 이익을 극대화하기 결국 적나라한 '밥그릇 싸움'의 민낯
한 관계자는 "여야 모두 다음 총선의 명운을 걸고 선거법 협상을 진행하다 보니 결국 마지막엔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국민 눈에는 싸잡아 밥그릇 싸움으로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