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두 걸음 정도 다가왔다. 등을 보이며 멀어지던 일본은 걸음을 되돌렸다.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렸던 한중·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요약하면 이 정도가 될 것 같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일·중 협력 확대를 논의하기 위한 3자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려 기회도 좋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기회를 결코 놓지지 않겠다는 자세로 시 주석과 아베 총리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양자 정상회담에서 내놓은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도 시 주석과 아베 총리의 그것보다 훨씬 길었다. 그만큼 할 말이 많았던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잠시 서로 섭섭할 수는 있지만 양국의 관계는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와 만나서는 "(한일은) 잠시 불편함이 있어도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 이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분명하게 화답했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한중 양국이 손을 잡으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이것은 나의 진심어린 말이다"고 말했다. 극심했던 한중 갈등 속에서 이뤄졌던 문 대통령의 2년 전 중국 방문때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아베 총리도 한일 갈등의 '핵'인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입장과는 별개로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언급했다. 세 나라 정상이 함께 조속한 미북 대화 재개와 한반도 평화·안정을 강조한 것도 성과다. 북한이 무력시위 카드를 꺼내들기 어렵게 만드는 우회적이지만 분명한 압박이다.
그러나 아직은 여기까지다. 북한의 도발 재개 가능성은 여전히 우려스럽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도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도 그대로다. 문 대통령은 얼마 간의 시간을 벌었을 뿐이다.
외교의 본질은 주고받기다. 한쪽의 완승 또는 완패로 끝나는 외교는 실패한 외교다. 미북 대화 재개와 한중·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내놓을 수 있는 한국의 카드를 속도감있게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한반도 사안은 얇은 유리그릇을 만지듯, 답답스러울 만큼 조심스럽게 다뤘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역사적 당위성을 앞세우며 사실상 외교의 본질에 소홀했다. 내년 이후 정부
[김성훈 외교안보통일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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