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일부 의원들이 1박2일 일정으로 부산 인근에서 골프·관광 모임을 추진하려다 논란이 일자 전격 취소했다.
정치권과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나경원 통합당 의원이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시절 주도해 만든 '포도(포용과 도전)모임' 소속 의원 16명 중 10명은 오는 19일부터 투어팀과 운동팀으로 나눠 각각 관광과 골프 일정을 진행한 뒤 만찬을 함께 하는 1박2일 워크숍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이런 행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부적절하다"는 비난여론이 쏟아지자 부랴부랴 취소했다.
지난 4월 총선 참패에 따른 충격과 후유증으로 통합당이 극심한 분열과 갈등에 휩싸인 상황에서 당의 진로에 대한 고민과 논의는 뒷전인 채 의원들 친목과 단합을 내세워 골프·관광모임을 추진하려 한 것은 도무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더구나 최근 이태원클럽발 코로나 집단 감염으로 국민 모두가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더욱 엄격히 지켜야 할 시점에 제1야당 의원들이 떼를 지어 여행 일정을 잡은 것은 무책임한 처신으로 비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정신을 못차리고 있으니 미래통합당이 '웰빙정당' '기득권정당' '꼰대정당'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비호감도 1위'라는 고질적인 병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 8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통합당 지지율이 창당 이후 최저인 17%까지 떨어진 것도 민심과 동떨어진 황당한 행태들이 켜켜히 쌓이면서 유권자들이 점점 등을 돌린 탓이다.
한 의원은 일부 신문과 통화에서 "매달 조금씩 돈을 내서 워크숍을 했는데 돈도 좀 남고 해체하는 자리다"면서 "낙선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 국회 회의를 빼먹고 (이러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는데 군색한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차라리 그 남은 돈과 의원들의 세비를 일부 갹출해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를 잃거나 실직 위기에 놓인 서민과 취약계층, 청년들에게 쾌척했으면 적잖은 울림을 줬을 것이다.
지금 통합당은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한가하게 여흥을 즐길 때가 아니다.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가 당선 직후 "우리가 제대로 하지 못하면 우리는 다시 재집권할 수 없고 역사에서 사라지는 정당이 될 것"이라고 할 만큼 통합당은 벼랑 끝 위기에 서 있다.
'헤쳐모여'수준의 강도높은 쇄신과 개혁을 통해 당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데 힘을 모아야 그나마 살 길이 열린다. 그것은 당선자나 낙선자 모두 마찬가지다.
특히 극단적 진영 논리와 대구·경북(TK) 중심의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전국정당으로 거듭 나지 않으면 더 이상 회생 기회가 없을 지도 모른다.
4월 총선 때처럼 극우세력의 눈치를 보거나 영남지역에만 안주해선 2년 후 슈퍼여당을 꺾고 정권을 되찾기 어렵다.
반대를 위한 반대나 국정 발목만 잡는 정당, 딴죽걸기와 막말에 사로잡힌 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하루빨리 탈피하는 것이 시급하다.
자유와 민주, 시장경제, 인권 등 보수정당 고유의 가치와 전통을 지키면서도 품격과 양식을 갖춘 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
19세기 영국 토리당 지도자 디즈레일리가 자유당인 휘그당과 경쟁하기 위해 노동계 온건파의 요구를 수용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통합당도 기존 틀에서 벗어나 과감하면서도 유연한 정책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2004년 한나라당이 차떼기 사건으로 당 지지율이 곤두박질쳤을 당시 비대위원장인 그가 여의도내 황량한 공터에 천막당사를 차리고 희생과 혁신, 국민 눈높이를 절박하게 외치며 당의 재건과 정권재창출을 다짐했던 과거를 결코 잊어선 안된다.
통합당이 살을 베고 뼈를 자르는 육참골단의 자세로 국민에게 더 가까이 가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으면 지금의 난국을 헤쳐나갈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가 당내 청년비상대책위원회와 함께 오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를 찾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황교안 전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광주를 찾았다가 물세례 등 봉변을 당하기도
주 원내대표의 뼈아픈 자성처럼, 통합당 재건을 위해 기본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할 때이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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