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0일 "법을 어긴 자들이 외려 검찰을 질타하는 이상한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며 "그 바탕에는 과거 운동권의 독특한 윤리의식이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국민의당 초청으로 국회에서 '우리 시대의 정의란 무엇인가' 강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조국 사태가 독특한 건 비리를 처리하는 방식에 있다"며 "비리를 부인하는 걸 넘어 아예 비리를 옹호하기 위해 정의 기준 자체를 무너뜨리려고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같은 현상은 과거 운동권의 관행이 정권운영에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진 전 교수는 "운동권은 정치를 선악의 대결로 본다. 그들의 정의는 아군을 방어하고 적군을 제압할 때 세워진다"며 "이들이 정의의 기준을 무시하면서 필사적으로 아군을 방어하려 하는 것은 그게 자기들 고유의 정의를 세우는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재정권 하 사법은 결코 정의롭지 못해 당시에는 법률 위반이 오히려 정의로 여겨졌다"며 "이 인식이 민주화 이후에도 습관처럼 남아있어 잘못된 게 있다면 그것은 내가 아니라 법이라 생각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최근 최강욱 의원이 재판 도중에 법정을 떠나려는 비상식적인 행위를 한게 이같은 인식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는 게 진 전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법을 어겨도 그들은 결코 반성하지 않는다"며 "그저 거기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의 사명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586세대의 정체성 오인이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있다고도 했다. 진 전 교수는 "586세력은 이미 사회 지배계급으로 특권적 지위를 2세에게 세습하는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여전히 자신들이 민중 보편의 이익을 위해 싸운다는 허위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며 "최근 우리 사회 정의 기준이 무너져 내린 것은 586세대의 정체성 오인에서 비롯됐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런 586세대를 젊은 세대는 위선적이라 느낀다"고
진 전 교수는 "한국의 젊은 세대는 사회적 부가 모든 계층에 골고루 돌아갈 수 있다 믿지 않아 평등을 말하지 않는다"며 "대신 그들은 공정을 요구한다. 그러나 조국 사태는 586세대가 기득권을 세습하기 위해 공정의 가치까지 훼손한 사건이었다"고 평가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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