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의 주요 일화들이 출간 전부터 언론을 통해 소개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담겼지만 볼턴 전 보좌관은 그 중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충동적이고 이중적인 모습을 묘사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미동맹, 남북관계, 미북관계 등 한반도 관련 상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 北 김정은 치켜세우고 뒤에선 '정신병자' 비난
볼턴 전 보좌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12 첫 미북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을 한껏 치켜세우며 그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확대 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로 똑똑하고 상당히 비밀스러우며 완전히 진실하고 훌륭한 성격을 가진 정말로 좋은 사람"이라고 답했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똑똑한 터프가이' '훌륭한 협상가'라고 부르는 등 여러가지 좋은 언급을 하면서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장막 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대해 언급한 건 이와 대조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열린 회의에서 방위비 관련한 언급을 하던 중 "난 정신병자(psycho)와 평화를 이뤄내려고 노력 중"이라며 김 위원장을 평가절하하는 발언을 했다.
그해 7월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미국에 돌아와 "북한은 비핵화 이전에 안전 보장을 원한다"고 보고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신뢰 구축'은 개똥(horseshit)같은 소리"라고 분노하기도 했다.
◆ 한미연합훈련 축소, 김정은 요청에 즉흥 결정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비핵화 대화에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던 '한미연합훈련 축소' 결정도 싱가포르 회담 당시의 즉흥적 결정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김 위원장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지쳤다"며 "훈련 범위를 축소하거나 없애기를 희망한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훈련이 도발적이고 시간과 돈의 낭비"라고 대답한 뒤 "양측이 선의로 협상하는 동안 훈련이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한국은 물론 백악관 주요 참모진과의 협의도 없이 결정된 사안이라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회담장 안에 있던 폼페이오 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동의하는지 물었고 두 사람 모두 '예스'(yes)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에 관해서는 사전에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은 내용이었다고 볼턴은 밝혔다.
◆ 하노이 회담 전날엔 밤새도록 '코언 청문회' 시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역사적 협상'이 될 거라고 한껏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미 본토에서 자신의 비리를 폭로한 옛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청문회에 신경쓰느라 회담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한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같은 기간 열린 코언의 청문회를 보느라 밤을 새웠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짜증이 난 상태였고, '스몰딜'을 타결하는 것과 (협상장 밖으로) 걸어 나가는 것 중에서 어떤 게 (청문회 기사에 비해) 더 큰 기사가 될지에 대해 궁금해했다"고 회고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언 청문회에 정신이 팔려 있는 틈을 타 '노딜' 옵션을 살려냈고 그가 '나쁜 합의'에 이르는 것을 막아낼 수 있었다고 안도했다.
◆ 북한 미사일에 대수롭지 않다더니 뒤에선 "한국에 방위비 올릴 기회"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해부터 이어진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해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으나 뒤에선 "한국에 방위비를 올릴 기회"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지난해 7월 볼턴 전 보좌관으로부터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보고를 받은 후 "이것은 돈을 요구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면서 "미사일 때문에 50억 달러를 얻게 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한국과의 관계를 몹시 괴롭혔던 이슈 중 하나는 미군 기지를 유치한 나라들이 내야 할 비용 분담에 관한 문제"라며 "셀 수 없이 많은 논의 후에도 '우리가 한국을 지키기 위해 거기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흔들리지 않았다"고 적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적당한 액수라고 판단하는 만큼 지불하지 않는 나라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그의 궁극적인 위협이 한국의 경우 진짜일 것을 두려워했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려고 했다고 밝혔다.
◆ 남북미 6월 판문점 회동, 백악관 참모들도 '깜짝'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방문 때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판문점 회동을 깜짝 제안해 성사시켰다. 이러한 사실은 백악관의 주요 참모들도 몰랐던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인 행동이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자신과 믹 멀베이니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이러
[안정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