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후임 서울시장에 대한 하마평이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여야 모두 지난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사태로 사퇴한 것이 서울시장을 빼앗기는 계기가 됐고, 결국 정권 교체의 시발점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 10년이 지난 지금 정반대의 상황이 찾아온 셈이 됐습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은 지난 10일 “내년 4월 대선에 버금가는 선거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민주당과 통합당의 사력을 건 대선전초전을 예고했습니다.
■ 2011년과 2021년
2008년에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전세계적으로 발생한 금융위기로 실물경제가 어려웠지만, 잘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12년 4월 치러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52석을 얻어 과반수를 차지했고, 반면에 노무현 정부 실패로 분열에 휩싸인 민주통합당은 127석을 얻는데 그쳤습니다.
당시 차세대 대선후보로 꼽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면서 갑작스럽게 서울시장직을 사퇴했습니다. 새누리당은 나경원 후보를 내세웠고, 폐족 논란에 허덕이던 민주당은 변변찮은 후보를 내기도 버거운 실정이었습니다.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무소속 출마한 박원순 후보는 지지율 5%에 불과했지만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에 당선됐습니다.
당시 박 시장은 민주당의 출마 요청을 거부하고 시민후보로 기성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12년 2월 민주당이 민주통합당으로 탈바꿈한 뒤 정식 입당한 박 시장은 2014년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승리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촛불집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민주당의 정권 재장출에 기여했습니다.
■ 또 다른 연합후보와 첫 여성시장 ?
서울시장 선거를 앞둔 모습은 공교롭게 1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정반대의 상황으로 다가왔습니니다. 176석의 거대여당이 독주하고, 미래통합당은 야당으로 생존에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집권 4년차 현직 대통령의 카리스마는 여전히 강하지만, 금융위기가 아닌 코로나19 위기로 민생경제 상황은 녹록치 않습니다.
미래통합당에서는 2011년 민주통합당처럼, 당 외부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안철수 국민당 대표나 홍정욱 전 의원 등 중도층의 거부감이 적은 후보를 내자는 것입니다. 통합당 내부에도 오세훈 나경원 등 쟁쟁한 후보들이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통합당 핵심 중진 의원은 “박원순 시장의 의혹과 부동산 폭등 등으로 민주당의 지지율이 낮아지고 있지만, 그 지지율이 통합당으로 오긴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고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우선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만큼 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는 비판 여론이 부담입니다. (안희정 사퇴 이후 충남지사에 후보를 내서 승리한 만큼 큰 부담이 안될 것으로 보입니다.)
확실한 것은 서울시장을 야당에게 빼앗겨 정권 교체의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박 시장에 성추문 의혹이 제기된 만큼 여성 후보를 내세우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첫 여성 서울시장이란 타이틀로 승부를 걸자는 것인데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이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재밌는 점은 2011년 당시 박원순 연합후보에 맞서 새누리당이 첫 여성 서울시장을 만들겠다며 나경원 후보를 내세웠다는 점입니다.
오세훈에 이어 박원순 까지 서울시장들이 갑자기 자리를 비우면서 대선 판까지 흔들거리는 상황이 왔습니다. 여성후보 대 연합후보라는 과거의 공
◆ 정창원 기자는?
=>현재 정치부 데스크.
1996년부터 기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2018년 10월부터 정치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꿈꾸고 있으며, 균형감 있는 시선으로 정치 현안을 바라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