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북한이 어제 통지문을 통해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며 사과를 표명했는데요.
우리 군이 밝힌 내용과는 사실관계가 달라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외교안보팀 출입하는 배준우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 질문 1 】
북한 지도자가 우리 군 발표 하루 만에 사과의 뜻을 전한 건 이례적인데요.
노림수가 있다는 해석도 있는데, 어떻게 봐야 할까요?
【 기자 】
지난 2008년 금강산에서 관광 중이던 박왕자 씨가 북한군 총격에 사망했을 때는 "사망사고는 유감이지만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고 했던 것과는 대비됩니다.
일단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사격과 소각이 이뤄졌다고 알려지면서 반인륜적인 범죄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고요.
'오토 웜비어 사건'의 트라우마가 있는 미국도 북한에 대한 비판에 나서면서 상황 관리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인터뷰 : 신범철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 "특히 시신 훼손과 관련해서 한국 여론 뿐 아니라 국제 여론까지 움직이는 동향을 목격한 후 조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미 대선 전 북미가 깜짝 회동을 할 거란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줄곧 제기되는데다 폼페이오 장관이 추석 직후 방한할 예정인 것도 영향을 미쳤을 걸로 보입니다.
【 질문 2 】
청와대가 추가조사를 요구하는 한편 필요하면 공동조사가 요청하겠다고 했는데 북한이 받아들일까요?
【 기자 】
북한은 공무원 A씨가 신분 확인 요구에 답을 하지 않고 도주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고 밝혀, A씨가 북한 측에 월북 의사를 밝힌 정황을 포착했다는 국방부 발표와는 배치됩니다.
또 북한은 A씨에게 사격을 가한 뒤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고 부유물을 태웠다고 주장해, 시신에 기름을 부어 태웠다는 우리 군의 발표와도 다르죠.
결국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청와대는 북한에 추가 조사를 요구하고, 필요하면 남북 공동조사도 요청한다고 밝혀 보다 적극적인 사태 진정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박왕자씨 피격 사건 당시에도 남측의 진상조사는 거부하는 등 북한이 남북 공동조사에 응한 전례가 없어 성사 가능성은 일단 낮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 인터뷰(☎) : 박원곤 /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
- "김정은 위원장 명의로 사과를 한 것이기 때문에 이 이후에 추가조사나 공동조사를 통해 새로운 것이 나와서 상황이 바뀐다는 걸 수용하기가 오히려 어렵습니다."
반면 일각에선 공동조사는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북한이 자체 조사를 추가로 해 자료를 넘기는 대신 인도적 지원 등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 질문 3 】
북한이 통지문에서 후속 대책을 거론했는데요.
북한이 최종 사격 지시자 등을 밝히고 이에 대해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나요?
【 기자 】
일단 사격을 지시한 지휘권자가 누구인지가 관건입니다.
정보 당국은 김 위원장이 직접 사과를 표명하는 것으로 봐선 사전 보고가 이뤄진 것 같지 않지만, 최고 수뇌부가 관여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정천 총참모장과 림광일 정찰총국장이 보고를 받고 사살 지시를 내렸을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우리 군도 상부 지시가 있었다고 발표했었는데요.
북한은 어제 통지문에서 현장 군인들이 행동준칙에 따라 사격했다며 상부 지시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관련자 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 질문 4 】
북한은 시신을 소각한 게 아니라 부유물을 소각했다고 주장하는데요. 시신이 그럼 해상에 떠오를 가능성은 없나요? 찾을 수 있는 건가요?
【 기자 】
해경과 군은 A씨의 시신과 유류품 등을 찾기 위해 선박 30척과 헬기 2대를 동원해 수색하고 있는데요.
북한 주장대로 시신을 소각하지 않았으면 시신이 떠오를 가능성이 있어 함정을 추가 투입해 수색을 강화했습니다.
해경은 소각이 이뤄진 등산곶 남쪽 해역을 가로 74km, 세로 18.5km 범위를 8개 구역으로 나눠 집중 수색 중입니다.
수색범위가 1370 제곱 킬로미터로 여의도의 160배에 달하는데다, 서해는 조류가 하루에 4번씩 바뀌고 그 속도도 빨라 수색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기엔 전문가들은 "시신은 부패가 진행되고 가스가 생성돼야 부력으로 떠오르는데 바닷물의 소금기와 낮은 수온 때문에 부패가 안 돼 해저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 질문 5 】
북한 통지문은 박지원 국정원장이 청와대에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남북 핫라인 살아 있는 거네요?
【 기자 】
네, 정부 관계자는 북한 통지문이 국가정보원과 북한 통일전선부의 핫라인이 가동된 걸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이 어제 오전 10시 국군의날 기념식 참석 전에 통지문을 보고받았다는 점에서 오전 일찍 박 원장이 직접 청와대에 보고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6월 남북 군 통신망 등 연락망이 끊긴 와중에도 핫라인이 유지되고 있었다는 건데요.
지난 8일 남북 정상이 주고받은 친서도 이 핫라인을 통한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 6 】
유시민, 정세현 전 장관 등 어제 방송에서 김정은이 계몽군주라고 하는 등 우호적인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 기자 】
수령 유일영도체제인 북한에서는 수령은 오류를 범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인데요.
그만큼 북한 최고 지도자가 직접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미안하다"고 사과한 건 이례적입니다.
논란이 된 유시민 이사장의 계몽군주 발언도 북한의 통치 스타일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맥락에서 나왔는데요.
우리 국민이 생명을 잃었고 그 시신도 찾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사과를 한다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지난 2008년 박왕자씨 피격 사건 때 북한이 강경한 태도를 고집해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남북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었는데요.
이번엔 일단 북한이 사과를 표명했지만,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과 재발방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 앵커멘트 】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가 중요하지만 우리 국민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국가가 지켜야 할 최우선 순위인 만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겠습니다. 배준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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