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이 발의'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국회의원들이 법안 내용도 잘 모른 체, 동료 의원의 법안 발의안에 도장을 찍어주는 행태를 품앗이 발의라고 하는데요.
아무렇게나 발의를 해주다 보니 일부 의원들은 자신이 동의해 준 법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익신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방송법 대리투표 문제를 놓고 연일 동영상을 공개하며 설전을 벌이고 있는 여야.
대리투표는 방송법의 통과 여부를 떠나 국민이 부여한 소중한 주권이 침해당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큽니다.
여야도 대리투표 공방 과정 속에서 한목소리로 헌법기관으로서 한 표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 인터뷰 : 안상수 / 한나라당 원내대표(8월4일)
- "한나라당 의원들은 헌법과 국민이 부여한 투표권을 정당하게 행사하는 것조차 사투를 벌여가면서 해야 했습니다."
▶ 인터뷰 : 김종률 / 민주당 의원(7월30일)
- "독립된 헌법기관의 행위를 개인정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해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작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소중한 한 표가 본회의 의결 과정에서 무책임하게 행사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법률소비자연맹이 18대 국회에서 처리된 130개 법안을 분석한 결과, 본인이 법안을 발의하고도 반대표를 던진 경우가 3건이나 됐습니다.
기권한 경우는 12건이었고, 아예 표결에 불참한 경우는 117건에 달했습니다.
이처럼 본인이 발의한 법안에 반대나 기권, 혹은 표결에 불참하는 이유는 발의 정족수 10명을 채우기 위한 '품앗이 발의'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 인터뷰 : 김대인 / 법률소비자연맹 총재
- "법이 국가 발전에 도움이나 국민의 권리를 수호하는데 보탬이 되는지, 그 반대인지도 알기 전에 그냥 아는 사람이 같이 발의합시다 하면 해주고, 또 내가 필요하면 대신 해주고, 이게 품앗이란 말입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의회처럼 법안에 발의 의원의 이름을 붙여 대대손손 기록을 남겨야 품앗이 발의 관행이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스스로를 헌법기관이라고 자처하는 국회의원들,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MBN뉴스 조익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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