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동계와 동교동계 인사들의 만찬이 결국 연기됐습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49재 이후에 다시 약속을 잡기로 했지만 양 계파 간의 '정치적 화해'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되는 모습입니다.
엄성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오랜 세월 반목했던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역사적 화해'가 뒤로 미뤄졌습니다.
김홍업, 권노갑 전 의원과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 상도동 자택을 예방해 국장 기간에 보여준 조의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동교동 측은 상도동계와 동교동계의 만찬을 김대중 전 대통령의 49재 이후로 연기해 달라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당 의원
- "지금 현재는 국민도 슬퍼하고 애도 기간이고 특히 이희호 여사님께서 슬픔에 잠겨 계시기 때문에 조금 시간을 두고 하셨으면 좋겠다는…"
▶ 인터뷰 : 김영삼 / 전 대통령
- "49재 이런 걸 안 지내지만 그런 것을 지나고 하는 게 좋지 않으냐. 안 한다는 게 아니라 그때 가서 하자 그렇게 얘기가 됐어요. 그때 새로 날을 받아서 하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만찬 연기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지만, 상도동 쪽에선 약속 당일에 불참을 통보하는 것은 결례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입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만찬 연기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동교동 내 주도권 다툼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화해 행보에 대해 기존 동교동계 인사들과 다른 목소리를 냈습니다.
▶ 인터뷰 : 한화갑 / 전 의원(SBS 라디오 전망대)
- "용서와 화해는 피해자가 용서해주고 화해하자고 했을 때 진정한 화해지, 가해자가 화해하자고 일방적으로 선언해놓고 그게 화해가 되는 겁니까?"
만찬 연기로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정치적 화해' 문제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하지만, 한 동교동계 인사는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인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여운을 남겼습니다.
MBN뉴스 엄성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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