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중 급성 백혈병 및 뇌출혈로 사망한 고 홍정기 일병의 어머니 박미숙 씨가 군의 의료시스템 개혁을 촉구했다.
17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 씨는 "아들을 살릴 기회가 3번이나 있었지만 군이 전문 의학지식이 없는 인원이 진료를 보게 해 아들을 죽였다"며 "이런 불행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홍 일병은 2016년 3월21일 처음 증상을 보고한 뒤 수일간 고통을 호소했으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다 3일 만에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초 진료를 한 연대 의무중대 군의관은 응급상황이 아니라며 돌려보냈고, 같은 날 민간병원 의사가 혈액암 가능성이 있다며 즉각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냈지만 대대장은 홍 일병을 상급 병원으로 보내지 않았다. 다음날 찾은 사단 의무대 응급실도 마찬가지였다. 홍 일병은 하루가 더 지난 뒤에야 국립춘천병원에 후송됐고 백혈병과 뇌출혈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아 옮겨진 대학병원에서 24일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군의 의료시스템을 지적했다. 김대희 가톨릭대 응급의학과 조교수(군인권센터 운영위원)는 "홍 일병은 연대 의무중대와 사단 의무대에서 피부과 전문의에게 4차례, 전문의에게 1차례 진료를 받은 후에야 국군춘전병원을 옮겨져 내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1차진료를 담당하기 어려운 임상과 전문의에게 치료를 담당하게 해 초래된 결과"고 설명했다. 홍 일병을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거라는 주장이다.
유족과 군인권센터는 군이 필요한 의료조치를 하지 않아 홍 일병을 사망하게 해놓고 책임을 회피한다고 비난했다. 육군 보통전공사망심사위원회가 2016년 9월 "군 복무와 사망 간에 연관성이 있지만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과 국가수호, 안전보장 국민의 생명·재산보호 간 직접적 관련이 없다"며 홍 일병을 순직3형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같은 해 12월 국가보훈처 또한 홍 일병을 순직군경이 아닌 재해사망군경으로 간주해 국가유공자가 아닌 보훈보상대상자로 지정했다. 김 교수는 "급성 백혈병은 진단이 어려운 병이 아니지만 홍 일병은 치료받을 기회를 얻지 못 했다"며 "홍 일병이 일반적인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신분이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비극"이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2019년 2월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고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 순직유형 변경을 신청했으나 국방부는 2021년 3월 기각 결정을 내렸다. 유족들은 보훈처의 보훈보상대상자 지정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진행 중이다. 임태훈 군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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