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야산에 묻힌 백골 상태의 시신이 두 손만 썩지 않고 그대로 남은 덕에 영원히 미궁에 빠질 뻔한 살인사건이 해결됐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19일 동거녀를 살해하고서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살인 등)로 심모(4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심씨는 2005년 5월10일 오후 11시께 강동구 천호동 자신의 지하 셋방에서 함께 살던 김모(54.여)씨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목 졸라 죽이고서 시신을 이불로 감싸 강일동의 야산에 몰래 묻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을뻔했던 이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말.
당시 야산에 산책로를 조성하는 공사를 하다가 유골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유골을 확인한 결과 팔과 다리, 머리 등 신체의 거의 모든 부분이 뼈만 앙상하게 남은 백골 상태였지만, 두 손은 온전히 보존된 것을 보고 우선 신원 확인에 나섰다.
지문 분석을 통해 5년 전 가출신고된 김씨가 살해됐다는 사실을 파악됐다.
이어 김씨가 집안에서 흔히 입는 복장을 한 채로 숨졌고 시신이 심씨와 동거하면서 쓰던 오리털 이불로 둘러싸인 점을 토대로 동거남 심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벌여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심씨는 도박하지 말라는 김씨와 다투다가 둔기로 머리를 때리고 목을 졸라 죽이고서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씨는 김씨의 딸이 어머니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수소문하자 “싸우고 집을 나갔다”며 거짓말하고서 딸과 함께 경찰에 가출신고를 하는 태연함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두 손만 미라처럼 남은 것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이유를 밝히지 못할 정도로 매우 이례적이다. 망자의 한이 맺힌 두 손 덕분에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