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푸는데도 시간이 꽤 걸리는 수학 문제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버젓이 실린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초등학교 교과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이성훈 기자입니다.
【 기자 】
초등학교 2학년 수학책에 실린 문제입니다.
왼쪽부터 70씩 뛰어 세기를 했다는 힌트 하나로 10개의 빈칸을 모두 채워야 합니다.
이 문제를 대학생에게 풀어보도록 했습니다.
"2학년꺼에요?" "예." "대박이다. 우리 잘 태어났다." "초등학교 2학년한테는 어려운 것 같아요."
결국, 정답을 맞혔지만, 문제를 이해하고 답을 구하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립니다.
▶ 인터뷰 : 성미희 / 대학생
- "뛰어 세기 반복되는 게 등차수열 고등학교 기초과정 문제인데 초등학교 2학년이 풀기엔…"
갑자기 어려운 단계로 건너뛰는 구성도 문제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는 연필을 쥐는 법에 이어 모음 쓰기 연습을 하더니 갑자기 그림일기를 쓰도록 했습니다.
5학년 사회 교과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사 교육을 처음 시작하는 학년이지만 고조선부터 조선시대까지 반만년의 역사를 모두 다루고 있습니다.
왜 이런 교과서가 만들어질까?
교사들은 초등교육 과정 전문가가 없는데다 선생님들이 책을 만드는데 참여하지 못하는 데서 그 이유를 찾습니다.
▶ 인터뷰 : 김영미 / 서울 보광초등학교 교사
- "아이들의 발달단계·사고체계를 반영하지 않고 교육과정도 만들어졌고,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님조차도 초등교육 전문가가 없는 상태입니다."
올해 새로운 초등 교과서가 개발될 예정이지만 학생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 한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MBN뉴스 이성훈입니다. [sunghoo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