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사 업체 대표들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아챙긴 한국전력 공사감독관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공사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는데, 그 수법이 기가막힐 정도였습니다.
엄민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서울 수유동의 한 도로.
지난 2009년부터 이곳에선 전깃줄을 지하에 묻는 전선 지중화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한국전력에서 직접 공사를 발주했지만, 실제 공사를 진행한 건 수주를 따낸 건설업체가 아니었습니다.
▶ 스탠딩 : 엄민재 / 기자
- "전기전문 업체 대표 문 모 씨는 이곳 19억 원 규모의 공사를 하도급받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한전 직원들에게 9천여만 원을 제공했습니다."
관련법상 전기공사를 수주받은 업체는 일부를 제외하곤 하도급을 줄 수 없게 돼 있어 봐달라는 뇌물을 건넨 겁니다.
이렇게 불법 하도급 실태를 묵인하고 공사 편의를 봐준 혐의로 경찰 수사 선상에 오른 한전 직원은 70여 명.
이들이 2006년부터 공사업체로부터 챙긴 돈만 15억이 넘습니다.
금품을 받은 방법도 가지가지.
자신의 부인을 전기공사 업체에 취업시켜 매달 2백만 원씩 받게 하는가 하면, 주류백화점을 운영하며 양주를 시가보다 10배가량 비싸게 받고 팔기도 했습니다.
공사대금이 여기저기로 빠지다 보니 제대로 된 공사가 진행되기도 어렵습니다.
▶ 인터뷰 : 나용찬 / 서울 강서경찰서 수사과장
- "원청회사에서 공사를 따서 하청업체에 줄 때 공사대금이 58%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부실공사가 당연히 예정된 것과 마찬가지…."
경찰은 한전 공사감독관 49살 김 모 씨 등 4명과 업체 대표 문 씨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MBN뉴스 엄민재입니다. [ happymj@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