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급해서 대부업체에 손을 벌리더라도 개인통장은 절대 넘겨줘선 안 되겠습니다.
채무자의 통장을 대부업체 창구로 이용한 미등록 대부업체가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계좌를 빌려준 피해자가 하마터면 불법 사채업자로 몰릴 뻔했습니다.
이성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 강남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 미등록 대부업체에서 500여만 원을 빌렸습니다.
김 씨는 대부업체 말만 믿고 별 의심 없이 개인통장과 현금카드를 넘겼고, 매일 갚아야 할 돈을 이 통장에 입금했습니다.
한참 뒤에야 자신의 통장에서 수십 명의 이름으로 5억 원 가량의 돈이 들어왔다 빠져나간 사실을 알게 된 김 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대부업체가 김 씨의 통장을 회사 통장으로 몰래 사용했던 것.
이 때문에 김 씨는 세무서로부터 불법 대부업자라는 의심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 / 통장 도용 피해자
- "통장 내역을 쭉 뽑아서 보여주시더라고요. 완전히 황당했죠. 사채업자의 통장이 되어 있는 그런 황당한… 소명하지 않으면 미등록 대부업자로 고발을 당할 수도 있다고…"
채무자 통장을 대포통장으로 사용하는 것은 이른바 '대구식 스타일'로 불리는 신종 범법행위로, 수입·지출 내역이 드러나지 않아 손쉽게 세금을 포탈할 수 있습니다.
반면 채무자는 돈을 갚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길이 없어 대부업체로부터 부당한 청구를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 인터뷰 : 송태경 / 민생연대 사무처장
- "통장이나 현금카드를 넘겨주는 경우 신변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채무자는 불법 대부업자로 내몰릴 위험성까지 존재합니다."
졸지에 사채업자로 몰릴 뻔했던 김 씨는 지난 8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경찰은 김 씨로부터 통장과 카드를 받아간 대부업체 직원 25살 김 모 씨를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업체대표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입니다.
MBN 뉴스 이성훈입니다. [sunghoo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