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이 달리는 차량에 부딪혀 길 위에서 죽는 이른바 로드킬, 한 해에만 수천 건씩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사고를 막으려고 동물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생태통로가 설치됐는데, 이 길이 엉뚱한 곳에 있거나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어 문제입니다.
황재헌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고라니 한 마리가 도로를 가로지르다 차에 부딪힙니다.
충격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합니다.
차 밑에 깔리기도 하고 순식간에 차 바퀴에 뛰어들기도 합니다.
▶ 인터뷰 : 승용차 운전자
- "뭐였지? 차가 친 거 아냐?"
동물을 피하던 차가 180도 도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됩니다.
이런 로드킬을 줄이려고 정부는 전국에 생태통로 310여 개를 설치했습니다.
강원도 영월의 한 생태통로.
가파른 절벽 옆에 놓여 있습니다.
▶ 스탠딩 : 황재헌 / 기자
- "야생동물이 생태통로를 나오면 도로 공사로 만들어진 절벽을 마주치게 됩니다."
야생동물은 맞은 편이 막힌 것처럼 보이는 통로는 가지 않는데 이런 습성을 무시한 겁니다.
강원도 원주의 한 생태통로는 아예 육교가 돼버렸습니다.
생태통로 끝엔 산으로 통하는 등산로가 버젓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 인터뷰 : 조범준 / 야생동물연합 사무국장
-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데 야생동물보다는 사람을 위한 통로라고 보면 더 쉽겠죠. "
육교형 생태통로 가운데 13%는 동물이 다닐 수 있는 최소 기준인 폭 7미터도 되지 않는 등 제구실을 하기 힘든 걸로 나타났습니다.
▶ 인터뷰(☎) : 환경부 관계자
- "(2010년) 지침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해외사례를 가져다 막 쓰거나 공사비만 생각해서 놓는 사례가 많았거든요,"
고속도로 위에서 지난해 2천 3백여 마리의 동물이 숨졌는데 그나마 국도는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실정입니다.
사람 때문에 서식지가 파괴된 야생동물이 도로 위에서 죽지 않도록 당국의 세심한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MBN뉴스 황재헌입니다 [ just@mbn.co.kr ]
영상취재 : 전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