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표지어음을 위조해 이를 담보로 수십억 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 중엔 대형 시중은행 지점장 등 전·현직 은행원들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정설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한 남성이 은행 직원과 얘기를 나눕니다.
현금을 세어 보곤 돈다발을 챙겨 은행을 떠납니다.
42살 김 모 씨가 50억 원의 표지어음을 담보로 47억 5천만 원을 대출받은 겁니다.
하지만 김 씨가 건넨 어음은 가짜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명의로 어음을 발행받은 뒤 일련번호와 금액이 똑같은 쌍둥이 어음을 위조했습니다.
▶ 스탠딩 : 정설민 / 기자
- "범행에 사용된 위조 어음입니다. 육안으로는 진짜와 구별할 수 없고 위조 감별기까지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대형 시중은행의 지점장인 50살 이 모 씨가 어음 용지 원본을 빼내 제공하는 등 전·현직 은행원들도 범행에 가담했습니다.
개인채무에 시달렸던 이 씨는 대가로 4천만 원을 받았고 추후 10억 원을 더 받기로 했습니다.
▶ 인터뷰 : OO은행 관계자
- "항상 금고 안에 잠가놓는데 지점장이니까 접근 권한이 더 있잖아요. 시스템적으로 막는다고 하는데 불가항력이 있는 거죠."
전·현직 은행원들은 어음 용지를 빼돌린 건 사실이지만 위조에 이용될지는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정 모 씨 / 피의자
- "원장(표지어음 용지)만 자기들에게 갖다주는 역할만해주면 대가를, 잘살 수 있도록 지불하겠다고 해서…."
경찰은 이 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어음 위조를 주도한 김 씨 등 공범 3명을 쫓고 있습니다.
MBN뉴스 정설민입니다. [jasmine83@mbn.co.kr]
영상취재 : 김회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