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익의 모닝콕콕입니다.
이명박대통령의 국정철학중의 하나가 녹색이었습니다. 이대통령이 워낙 녹색을 강조한 모든 부서에 녹색이라는 이름을 붙인 '과'가 생겨나고, 금융기관마저도 녹색금융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을 정돕니다.
그런데 그 녹색이라는 단어가 박근혜 정부에서 속속 사라지고 있습니다.
가장 녹색에 가까운 환경부는 지난달 말 직제를 개정해 3개 국·과의 명칭에서 녹색을 모두 삭제해버렸습니다.
국토교통부도, 지식경제부도 그 많은 녹색이 들어가는 과나 국을 다 없앴답니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 전략을 이끈 녹색성장위원회는 국무총리실 산하로 격하됐으며, 이 과정에서 녹색성장기획단이 폐지돼 기능이 대폭 축소됐습니다. 세계 최대 녹색기구인 UN산하 녹색기구인 녹색기후기금 GCF 사무국 송도유치까지 성공시키는 공로가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전략이 명분만 내세웠을 뿐 국민에게 설득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수용된 셈입니다.
돌이켜 보면 노무현 정부 때는 혁신이라는 단어가 등장했고, 그 혁신이라는 단어 역시 비슷한 운명을 걸었습니다.
박근혜정부의 키워드는 뭘까요? 바로 '창조'라는 단어입니다. 박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워낙 '창조경제'를 강조하는 바람에 생겨난 현상입니다.
'창조경제'는 요즘 각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에 단골로 등장합니다. 경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부처도 한마디씩 걸치고 있습니다. 그저께 국방부는 업무보고에서 "창조경제 핵심 동력을 육성하기 위해 신무기 체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보고했고, 앞서 외교부는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신흥 경제권 협력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보고했습니다. 같은 날 통일부는 "개성공단에 국가투자설명회를 추진하는 등 해외시장을 확대해 창조경제에 기여하겠다"고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낫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창조 관광'을 발굴하겠다며, 관광 앞에 창조라는 단어를 갖다 붙여 웃음거리가 됐고, 고용노동부는 '창조 인재'를 양성하고 '창조 직업'에 대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며 노사관계도 '미래 창조형'으로 하겠다고 보고했답니다.
여러분, 창조경제라는 말이 금방 이해가 되십니까?
막상 박 대통령 앞에서 앞 다투어 창조경제라는 단어를 딸랑거리지만, 이 창조경제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를 이끌 최문기 장관후보자는 국회청문회에서, 창조경제를 “선도형 경제”라고 답했다가 '개념이 애매모호하다'며 혼쭐이 났습니다. 막상 본인도 해당 부서장관을 맡지만 정확히 창조경제가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장관하는 거지요.
지난 토요일 당정청 워크샵에서도 '창조경제가 대체 뭐냐. 국민들이 영문을 몰라 한다"는 지적이 높았다고 합니다.
혁신이나 창조처럼, 또 5년 후에 형체도 없이 사라질 운명이라면, 아예 하질 마십시오. 녹색국가 건설하겠다는 이야기에 전 세계가 한국 인천 송도에 유엔 산하기관인 GCF사무국을 밀어줬는데 몇 달 안 돼 녹색 간판을 내려버리는 나라. 그 나라가 이젠 언제 '녹색'하자고 했냐며,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창조경제'를 꺼내니... 전 세계가 웃을 일입니다.
미래창조기획부 장관님, 그리고 청와대 국정기획 수석님, 부디, 국민들에게 창조경제가 뭔지부터 제대로 설명해주고 따라오라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