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갑은 영원한 갑"…개인 비서도 불사

【 앵커멘트 】
구매권을 둘러싼 '갑을 관계' 횡포는 비단 남양유업 사례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원청업체 술접대 비용도 내야 하고, 납품을 위해선 병원장 부인 개인 비서 역할도 감내해야 합니다.
갈태웅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2010년 한 대형 건설업체 2차 하청을 맡은 A 건설.

같은 해 8월, 1차 하청업체로부터 "원청업체 술접대 비용 400만 원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심지어 빼돌린 벽돌까지 팔아야 했다고 하소연합니다.

▶ 인터뷰 : 2차 하청업체 관계자
- "1차 하청업체가 00 직원들과 술을 먹어야 하니 참석해서 2차 룸살롱 접대비용까지 저에게 부탁을 해서…."

2006년 대위로 전역해 모 제약사 영업사원으로 입사한 김 모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약을 팔기 위해 병원장 부인의 개인 비서 역할도 불사해야 했습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 / 모 제약사 영업사원
- "원장 사모님이 골프 라운딩 나갈 때 직접 모셔야 하고, 마트나 심지어 장 보러 갈 때도 제약사 영업사원을 비서처럼…."

최근 이 같은 거래상 지위를 악용한 '갑을 관계'에 제동을 거는 사례도 많아졌습니다.

서울남부지법은 '가맹점 1km 내에 점포를 열 수 없다'는 약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자영업자에 7억여 원의 손배소를 제기한 유통업체에게 패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을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 인터뷰 : 김상현 / 영남대 경영학부 교수
- "이런 구조적 관계가 당장 없어질 수는 없겠지만, 갈등관계를 해결하려면 여러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한번 갑은 영원한 갑'이란 수직적 불균형 관계, 우리 사회를 계속 멍들게 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갈태웅입니다. [ tukal@mk.co.kr ]
영상취재 : 김인성·백재민·김 원 기자
영상편집 : 이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