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3봉지와 계란을 준다는 말에 무심코 신분증을 건넸던 노인들이 한 달에 최고 230만원이 넘는 쓰지도 않은 전화요금 폭탄을 맞았습니다.
수도권 경로당을 돌며 수집한 노인들의 개인정보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불법으로 유통한 일당 13명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8일 상습사기, 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 혐의로 조모(30)씨 등 4명을 구속하고 강모(28·장물업자)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조씨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노인과 장애인 등 200여명의 명의를 도용, 휴대전화 450여대를 개통한 뒤 장물로 팔아 4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휴대전화 판매점 종업원으로 일했던 조씨 등은 지난해 10월 안산지역 조직폭력배로부터 김모(37·구속)씨를 소개받고 범행을 모의, 개인정보 수집에 들어갔습니다.
김씨는 이때부터 두 달여간 경기, 인천지역 경로당을 돌며 봉사활동을 가장해 노인들에게 라면 3봉지, 세제, 계란 등을 나눠주고 "근거를 남겨야 한다"며 신분증을 건네받아 스캔하는 등 개인정보를 확보했습니다.
자신이 가입된 시흥의 한 장애인협회에서도 동료 장애인들의 신분증을 복사해 개인정보를 챙겼습니다.
김씨로부터 노인 등 200여명의 개인정보를 입수한 조씨는 전북 군산에 바지사장을 내세워 휴대전화 판매점을 개업한 뒤 노인 등의 명의로 휴대전화 450여대를 개통했습니다.
노인과 장애인의 경우 명의를 도용당해도 피해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다는 점을 노렸습니다.
조씨 등은 휴대전화 단말기를 대당 42만∼60만원 받고 장물업자 강씨 등을 통해 외국으로 넘겼습니다. USIM칩은 대포폰 업자 등에게 개당 25만원에 팔았습니다.
이렇게 유통된 노인 명의 대포폰 중에는 성인용 유료전화나 국제전화를 많이 이용해 한 달 전화요금이 238만원 나온 일도 있었습니다.
경찰 한 관계자는 "노인과 장애인에게 미납요금 채무가 돌아가지 않도록 통신사측에 '명의도용' 사실을 신속히 확인해 주고 있다"며 "하지만 채무는 '휴대전화 판매점'을 관리하던 이동통신사 '직영대리점' 3곳으로 떠넘겨져 업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