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에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 설치가 의무화된지 15년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설치만 됐을 뿐, 이용조차 할 수 없는 '무늬만 장애인 화장실'이 수두룩합니다.
박광렬 기자가 현장 고발합니다.
【 기자 】
서울 용산의 한 주민센터 장애인 화장실.
휠체어를 탄 한 여성 장애인이 화장실을 이용하려 하지만 문을 통과하기도 어렵습니다.
"안 되는데…이거 어떻게 옮겨 타라는거지, 문도 안 닫길텐데…."
화장실 내부가 기준보다 1m 이상 좁다 보니 휠체어가 완전히 들어가지 못하고 밖으로 튀어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가까스로 들어가더라도 안에 청소도구며 비품이 가득해 창고나 다름없습니다.
▶ 인터뷰 : 서울 OO주민센터 직원
- "(청소도구는) 우리가 둘 곳을 찾아볼 테니까…건물 자체가 그래요, 아무튼 취약하다고."
'사용 중'이라는 불이 들어온 한 장애인 화장실입니다.
한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습니다.
아예 잠가놓은 겁니다.
장애인을 위한 안내 벨이 설치돼 있긴 하지만 팔을 뻗어 닿기엔 너무 높습니다.
▶ 인터뷰 : 영화관 직원
- "누르면 열려요. 안 열려요? 몰라요. 잠가놓았는지 그건 난 몰라. 난 여기 담당이 아니고. (안에) 사람은 없어요."
▶ 스탠딩 : 박광렬 / 기자
- "서울시로부터 여성편의시설이 우수하다고 선정된 화장실입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여성 장애인을 위한 공간은 이처럼 굳게 잠겨져 있습니다."
기준을 맞추는 데만 급급한 화장실도 곳곳에 눈에 띕니다.
세면대는 있는데 손 건조기가 작동하지 않거나 심지어 건조기는 있는데 정작 손을 씻을 세면대가 없는 곳도 있습니다.
서울 이태원의 한 공중화장실은 문이 안으로 열려 휠체어를 타면 문을 아예 열어놓고 볼일을 봐야할 지경입니다.
▶ 인터뷰 : 문애린 / 서울 보문동
- "일반 사람들하고 달리 (장애인 시설은) 편의상, 무늬상만 표시 해놓은 것 같아서 저는 좀 오늘 하루 내내 씁쓸했네요. "
장애인 인권을 위해 필요한 건 큰 게 아닌 작은 배려입니다.
MBN뉴스 박광렬입니다.[widepark@mbn.co.kr]
영상취재 : 배병민 기자
영상편집 : 이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