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의 부족함을 채워주려고 노력하는 상사가 있는 반면, 하나부터 열까지 시비를 거는 상사도 있다. 어떻게든 참아보자고 끙끙대는 게 다반사지만 때로는 '욱'하는 마음에 복수를 계획하기도 한다.
◆ "자녀 학원비 문의까지 시킨 상사…휴가 가는 꼴 못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A씨(여·28)는 "커피 심부름에, 자녀의 학원비 문의까지… 상사 B씨 뒤치다꺼리에 정작 업무에는 집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야근은 필수가 됐고 불만은 쌓여갔다.
그러던 지난 11월, 상사가 휴가 전 작업을 끝내야 한다며 늦게 퇴근하는 것을 보면서 A씨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평소 얄밉던 상사에게 초강력 펀치를 날리기로 한 것이다.
그는 "상사의 컴퓨터 CPU를 태워 저장된 데이터를 모두 날려버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퇴근 직전 A씨는 B씨의 컴퓨터 본체를 열고 CPU 쿨러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강력테이프를 붙였다. 그리고 컴퓨터를 켜 다운되는 것을 기다렸다 연기가 나는 것을 확인하고 전선을 뽑았다.
다음날 컴퓨터가 망가진 것을 확인한 상사는 그야 말로 '멘붕' 상태에 빠졌고 기술자마저 해결하지 못하자 결국 휴가를 반납했다.
◆ 10명 중 4명 "'은밀하고 위대한 복수' 해봤다"
상사에게 복수를 해본 직장인은 A씨만이 아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6%가 상사에게 '은밀하고 위대한 복수를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직장인들은 상사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로 '자신의 일을 나한테 떠넘겨서(24%)'를 꼽았다. 20.9%는 '과다한 업무를 지시했을 때' 복수를 하고 싶다고 했으며, '말·행동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19.2%였다.
다만 모든 직장인들이 A씨처럼 대담하게 행동한 것은 아니었다.
상사에게 했던 가장 통쾌한 복수로는 '상사 말 못들은 척 무시하기'가 30.8%, '상사의 지시가 어떤 것인지 알면서도 못 알아들은 척 하기'가 24.3%의 선택을 받았다. 응답자의 21.5%는 '주변 사람들에게 상사를 칭찬하는 척 단점 꼬집기'가, 13.5%는 '회식 때 상사의 개인카드를 긁도록 분위기 유도하기'가 가장 속 시원한 복수였다고 대답했다.
◆ 복수 들통 나자 상사와 관계 악화 "사표 써야하나 고민중"
상사에 대한 복수는 통쾌하지만 들통이 났을 때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중소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C과장은 영어에 자신 있는 편이 아니다. 글로 하는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지만 전화 통화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해외 거래처에서 오는 전화 대부분을 부하직원에게 넘기는 편인데, 그 장면을 볼 때마다 D부장은 "도대체 입사는 어떻게 했냐"며 질책했다.
D부장이 개인 용무가 있다며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이사가 D부장을 찾는 전화를 걸었다.
C과장은 "그때 부장이 들어오는 지도 모르고 '자리를 비운지 좀 됐다'는 둥, '사우나를 간 것 갔다'는 둥 쓸 데 없는 소리를 했다"며 "그 뒤로는 D부장이 '또 내 뒷통수를 칠거냐'며 비아냥거린다"고 속상해했다. 게다가 인사평가를 앞두고는 "서로 싫어하는 거 뻔히 알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며 "앞으로 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류순건 노무사(노무법인 인화)는 "직장내 심각한 폭행과 폭언은 근로기준법에 의해 처벌을 받지만 잘못된 언어 행위 등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하기 어
이어 "상사의 업무 내용을 악의적으로 삭제하는 행위는 회사의 소유권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돼 형사상 처벌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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