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밤, 골목길에서 길고양이를 만나 깜짝 놀란 적 있으실 텐데요.
이런 길고양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혐오스럽다, 아니다 더불어 살아야 한다, 곳곳에서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성식·원중희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 기자 】
쓰레기 봉지를 뒤져 생선을 찾는 길고양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담장 위는 이들의 안식처입니다.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겨울밤.
인적이 드물어지자 야행성인 길고양이들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다가가도 피하는 기색이 없습니다.
▶ 인터뷰 : 이은석 / 서울 신당동
- "대변을 아무 데나 보고 새끼 자꾸 낳고, 새끼가 번식되어서 그걸 어떻게 이 동네에서 제지할 수가 없어요."
길고양이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서울 하계동의 한 아파트.
군데군데 고양이가 할퀸 자국을 볼 수 있습니다.
▶ 스탠딩 : 이성식 / 기자
- "고양이가 지하실로 들어올 때 이용한 창문입니다. 주로 배관을 이용해서 이동하다 보니 보온재가 발톱으로 갈기갈기 찢겨 있습니다."
- "열이 식으면 그만큼 데우기 위해 보일러를 가동해야 하니까 연료비가 발생이 되죠."
길고양이는 서울에만 30만 마리, 전국적으로 100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1년에 최대 4번이나 새끼를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강한데다 버려지는 고양이 숫자도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
고양이가 도시의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 기자 】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입니다.
지난 여름 길고양이 민원이 끊이질 않자 관리사무소가 지하실에 쇠창살을 달았습니다.
지하실에 갇힌 길고양이는 며칠 후 굶어 죽은 채로 발견됐습니다.
그래도 길고양이가 줄지 않자 최근엔 연막탄까지 터트리려다 동물보호단체 반발로 일단 유보했습니다.
▶ 인터뷰(☎) : 아파트 관계자
- "노약자나 임산부들은 놀라고, 고양이들이 수정하면 애들 보기도 그렇고…."
하지만 엄연한 생명체인 만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매일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일을 빼놓지 않는 주부 이영희 씨는 스스로 고양이들의 엄마, 즉 '캣맘'이라 부릅니다.
▶ 인터뷰 : 이영희 / 캣맘 (고양이 엄마)
- "생명체인데 내가 그냥 싫다는 기호만을 갖고 어떻게 한다는 건 너무 비인간적인 것 같습니다."
양측이 극단적으로 맞서면서 급기야 캣맘이 폭행당하는 등 폭력사태까지 빚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번식을 억제할 수 있는 중성화 수술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꼽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예산부족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
▶ 인터뷰 : 박선미 / 고양이보호협회 대표
- "TNR(중성화 수술)을 시행하고 있지만 5년 전과 같은 적은 예산으로 많은 지역을 하다 보니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 스탠딩 : 원중희 / 기자
- "길고양이를 모두 포획할 수 없다면 공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주민 모두 머리를 모아야 해법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MBN뉴스 원중희입니다."
영상취재 : 박준영·배완호·임채웅 기자
영상편집 : 이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