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꾸중 싫다` 집에 불지른 10대…모친 숨져

설 연휴에 집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다 이를 꾸짖는 어머니에게 대들고 불을 지른 10대 고교생이 구속됐다. 불은 순식간에 집 전체로 번졌고 이를 미처 피하지 못한 어머니는 결국 이튿날 가스중독으로 숨졌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집에 불을 지르고 어머니를 폭행한 혐의(방화치상 및 존속폭행 치상)로 안 모군(18)을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안군은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 이모(43)씨를 벽에 밀치고 집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안군은 범행 직전까지 집에서 친구와 함께 술을 마셔 취한 상태에서 이씨와 말다툼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설 연휴 집에서 술을 마신다며 나를 질책하는 어머니에게 대들고 홧김에 종이에 불을 붙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불씨는 바닥 카펫에 옮겨가 불이 커졌고 이씨는 얼굴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지난달 31일 숨을 거뒀다. 안군과 친구는 불길이 일자 먼저 빠져나왔다. 불은 9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내고 9분만에 꺼졌지만 아파트주민 수십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어머니 이씨는 설을 쇠러 남편과 함께 사건 전날 지방으로 내려갔다가 아들이 친구를 불러 집에서 술을 마신다는 사실을 알고 급히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가 숨진 만큼 안군의 혐의 중 방화치상를 치사 혐의로 바꿔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윤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