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입학 탈북민 '뒷바라지' 이현숙 경위

"형사님, 저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어요."

지난 4일 오후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울먹이는 소리에 서울 양천경찰서 이현숙(47·여) 경위는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외쳤습니다.

탈북민 이서영(25·여)씨가 서울대 의대 정시전형에 합격한 사실을 확인하고서 이 경위에게 가장 먼저 합격소식을 전하던 순간이었습니다.

2012년 남한에 온 이씨는 서울대 정시 기회균등선발특별전형Ⅱ에 지원, 내달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씨의 신변보호담당관으로 인연을 맺은 이 경위는 보안계에 근무하며 관할구역에 사는 탈북자를 관리하고 정착을 돕는 일을 합니다. 그는 밝고 적극적인 성격의 이씨에게 특히 애정을 쏟았습니다.

지난 2년여간 곁에서 이씨를 지켜본 그는 "몇 년 전 아들이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기뻤다"고 18일 회상했습니다. 그는 이씨에게 입시정보를 구해주고 며칠간 밤을 새워 이씨의 입학추천서를 써주는 등 입시를 뒷바라지해왔습니다.

1989년 신의주에서 태어난 이씨는 대학교수인 아버지와 의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유복하게 자랐습니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아버지의 주도로 2012년 탈북을 시도한 이씨는 북송과 수용소 수감 등의 험난한 과정을 거쳐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남한에 안착했습니다. 아버지는 북한 수용소에서 숨졌습니다.

이씨는 남동생과 함께 양천구의 임대아파트에서 지내고 어머니는 구미의 공장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3∼4개월에 한번 집에 오는 어머니를 대신해 하루 5시간을 자면서 고등학생인 남동생을 챙겨 학교에 보내고 공부로 하루를 채웠습니다.

북에서 이루지 못한 외과의사의 꿈을 키우며 막연히 공부에 매달렸지만 남북 간 입시 체계가 많이 달라 불안감은 크기만 했습니다.

큰아들(22)의 입시를 지켜보며 그 어려움을 경험했던 이 경위가 나서서 주변에 도움을 구했습니다.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경찰서 보안협력위원이 이씨의 학원비를 지원했고, 주변 고등학교에서는 이씨가 실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매달 모의고사를 치를 수 있게 배려했습니다.

수능성적이 기대에 못 미쳐 낙담하고 있던 이씨에게 이 경위는 서울대 특별전형 지원을 권했습니다. 또 3∼4일간 밤을 새워 입학 추천서를 작성, 직접 원서까지 접수한 그는 면접을 앞두고는 이씨에게 '있는 그대로 진정성 있게 답변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이 경위는 "고생 끝에 좋은 결과를 얻어 정말 기쁘다"며 "서영이 남매가 훌륭한 사람이 돼 남에게 베풀고 사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