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발생한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참사로 사망한 고 박주현양의 장례식이 20일 부산에서 치러졌다. 희생자 중 첫번째로 치러진 장례식이다.
장례식은 이날 오전 부산 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이기대 성당으로 운구하는 것을 시작으로 영락 공원에서 화장해 인근 납골당에 안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기대 성당에서 열린 장례 미사에는 신도 200여 명이 참석해 박주현양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박주현양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끝까지 자리를 지킨 박 양의 아버지는 "주현이가 평소 길을 잘 찾지 못하는데, 여러분이 슬퍼하면 더 길을 찾지 못할 테니, 슬퍼 말라"고 당부해 주변을 더 안타깝게 했다.
주현 양은 부산외대 비지니스일본어학과 신입생으로 환영회에 참석했다가 변을 당했다. 아직 학교 측과는 보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집안 사정상 먼저 장례를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1일 오전에는 부산외대에서 합동 영결식이 거행되며 주현 양을 포함해, 희생자 9명 모두의 장례가 치러질 예정이다.
◆'쓸쓸한 죽음' 최정운씨, 보상도 불이익 우려
한편 부산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붕괴사고 희생자중 유독 쓸쓸한 죽음을 맞은 최정운(43)씨의 유족이 보상 불이익을 우려하고 있다.
경성대 연극영화과 90학번 출신으로 연극인인 최씨는 어려운 형편에 이번 행사에서 프리랜서로 행사 촬영 아르바이트를 맡았다가 변을 당했다.
20일 현재 최씨의 시신은 경주에서 부산 좋은강안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진 상태다. 사고 이후 모든 관심이 꽃다운 나이에 숨진 학생에게 쏠리면서 조문객도 뜸하는등 최씨에 대한 관심은 묻혀버렸고 더불어 보상협의도 밀린 상태다.
코오롱 그룹이 19일 사망 학생 9명의 유족 중 6명과 보상협의를 마무리 지었지만 최씨의 유족과는 이날 처음으로 보상 상견례를 가졌을 뿐이다. 최씨 유족과 코오롱 측이 서로 염두에 둔 보상액은 차이가 꽤 큰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에는 피해자의 장래 수입액에 생활비와 세금 등을 공제한 뒤 근로가능연수를 곱하는 방식의 호프만식 계산이 적용되는데 최씨의 경우 학생들에 비해 나이가 많아 아무래도 보상액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이벤트 회사 소속이라 부산외대의 보상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됐다.
학교가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학생 유족과 달리 최씨 유족은 코오롱과의 보상협의를 스스로 해야 되는 부담도 많다. 특히 이벤트 회사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다 변을 당해 산재 적용 여부가 큰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붕괴사고의 수사를 철저히 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이후 코오롱 측의보상협의가 적극적인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빈소에는 최씨의 아내인 아내 베트남인 레티키에우오안(26)씨를 비롯해 아버지와 남동생만이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최씨의 쓸쓸한 죽음이 알려지면서 선후배와 지인의 조문이 늘고 있다.
최씨의 대학 동기 김영일(43)씨는 "사람의 죽음은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누구나 똑같다"며 "보상에서 차이를 두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편이 추우니 고향 다녀오라고 했는데…"
최정운씨의 베트남 출신 아내 레티키에 우오안(26)씨는 빈소가 마련된 부산 남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쏟아내면서도 남편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의 겨울은 추우니 잠시 고향 베트남에 다녀오라"던 남편의 권유에 두 달전한국을 떠났다가 남편의 사망사실을 뒤늦게 알고 급히 귀국했다.
아내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라며 사고 당시옆에 있어 주지 못한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하염없이 흐느끼기만 했다.
그는 남편 최씨를 베트남에서 만났다. 한국말을 유창하게 해 관광가이드로 일하던 베트남 현지의 한국 관광회사에서 사장님의 동생으로 가끔 놀러 오던 최씨와 사랑에 빠졌다.
이후 2012년 형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수습을 하러 온 최씨와 우오안씨는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바로 그해 혼인을 하고 한국에서 살게됐다.
우오안씨는 남편의 영정사진을 볼 때마다 무척 괴롭다고 했다. 갑작스런 죽음에 남편의 사진을 구할 수 없던 친구들이 최씨의 카카오톡에 올려져 있는 결혼식 사진에서 얼굴만 확대해 영정으로 사용한 것이다.
"오빠와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찍은 사진인데, 지금 제일 불행한 순간에 쓰이고있네요."
그러면서 그는 "원래 그 옆에는 제가 있어야 하는데, 오빠가 고통 속에 숨졌을 때도, 지금 이 순간에도 저는 옆에 없네요"라며 안타까워 했다.
그녀는 한국에서의 신혼생활중 남편이 갑자기 "바닷냄새를 맡으러 가자"며 함께 자갈치 해안으로 데려갔던 밤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곳에서 남편이 "연극인으로 살면서 넉넉하지는 못하지만 책임지
그녀는 "오빠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지만 제가 당시 남편과 영원히 살고싶다던 약속을 지키고 싶다"면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남편과 가장 가까운 한국에서 살고싶다"고 말해 듣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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