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소서에 기업 이름을…'복사 후 붙여넣기' 위험성
건설업종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B씨는 "지난해 하반기 한 기업에 입사 지원을 하면서 자소서에 다른 기업의 이름을 적는 끔찍한 실수를 했다"며 부끄러워했다.
대부분 회사들의 자소서 항목이 유사하다보니 입사 지원을 할 때마다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요구하는 글자수만 조금씨 조절했다는 B씨.
그는 "그날은 2개의 기업의 원서마감일정이 겹쳐 정신이 없었다"며 "C기업에 제출하는 서류에 'D기업에 입사하고 싶어 동종 업계에서 인턴 경험을 했다'고 적어넣었다"고 얼굴을 붉혔다.
원서 마감시간에 맞춰 간신히 2장의 원서를 제출하고 혹시 있을 오타를 걱정하면서 저장해놓은 자소서를 확인했더니 다른 회사의 이름이 떡하니 들어있던 것이다.
"인사팀에 전화해서 원서를 잘못 넣은 것 같다고 수정해달라고 사정을 했죠. 그런데 입사 원서 접수는 서버에 바로 접속되는 거라 직원들이 임의로 접근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어요. 결과요? 당연히 서류 '광탈(불합격을 뜻하는 신조어)'이었죠."
◆ "자소서? 한 편의 예술…전문가 도움 받는 경우 많아"
"자기소개서를 쓸 때마다 내가 27년을 어떻게 살았는지 회의감이 느껴질 정도예요. 이야깃거리가 너무 없다보니 소설을 쓰듯이 저 자신을 꾸며내거든요. 그래서 전 결국 전문가 도움을 받았어요."
2년째 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A씨는 32번의 서류전형 낙방 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취업상담업체를 찾았다. 반복된 낙방에 자소서를 대대적으로 수정하는 등 입사 준비 과정을 점검하기 위해선 2회 20만원의 거금도 아깝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A씨는 "100분 동안 상담사는 성장과정, 성격, 지원 동기 등을 묻더니 그 자리에서 자소서 한편을 뚝딱 만들어냈다"며 "지원하고자 하는 영업 부문에 어울리는 인물이 탄생한 거 같은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다만 "내가 겪은 경험을 각색해서 글을 채우다보니 정작 면접에서 자소서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의 걱정은 기우였다. A씨가 컨설팅을 받은 '완벽한' 자소서로 지난해 하반기 서류 전형을 통과한 기업은 2곳, 승률은 10%가 채 안됐다.
A씨는 '좋은 자소서로도 1차 관문조차 통과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 것 같냐'는 질문에 "가짜인 것이 티가 났거나 기업에서 자소서를 전혀 안 보기 때문 아니겠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 취업준비생 75.6% "자소서 항목 어려워 입사지원 포기"
다수의 기업들이 '역량 채용'에 관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소서 평가 기준을 강화하자 대다수의 취업준비생들이 자소서 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취업준비생 및 대학생 472명을 대상으로 '자기소개서 항목 및 작성'에 대해 설문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99.4%가 자소서 작성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자소서 항목이 너무 어려워 입사지원을 포기한 구직자도 75.6% 달해 자신의 역량을 표현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기업의 입사담당자는 이에 "성공적인 공채 준비를 위해 조기에 목표 직무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각각 기업들은 채용 홈페이지의 직무소개 코너에서 직무에 대한 설명과 요구 역량, 입사후 업무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공고가 뜨고 나서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준비할 경우 시간이 촉발해 실수할 수 있다"며 "미리 작성해 놓은 후 지원 회사에 맞게 조금씩 수정해 제출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자소서를 작성할 때는 인사담당자의 호감을 끌 수 있는 문장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많은 지원자들의 글 중 좋은 첫인상을 남기는 것은 당락을 좌우하는 큰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취업포탈 커리어가 기업 채용담당자 4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호감을 주는 문장으로는 ▲ '이 회사·직무에 지원하기 위해 ~준비를 했습니다' ▲ '책임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 '~했지만 ~을 통해
반면 비호감형 문장으로는 ▲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 '뽑아만 주신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 '귀사'라는 단어가 반복되는 문장 등이 꼽혔다.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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