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안에서 실시간으로 신용카드의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허점을 노려 조직적으로 면세품 구매 사기를 해 온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정지된 신용카드를 소지한 이들을 모집해 기내에서 면세품을 다량 구매하게 한 뒤 이를 되팔아 억대의 이득을 챙긴 조 모씨(37)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1월부터 1년여간 인터넷을 통해 고용한 구매책 10명에게 일본, 홍콩 등 비교적 운임 가격이 저렴한 국제선 항공기 안에서 정지된 신용카드로 기내 면세품을 사게 한 후 남대문 수입상가에 되팔아 1억 8000여만원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고있다.
조씨는 '고수익 알바, 신불자.정지된 카드 소지자만 가능'이라는 내용의 인터넷 구인광고를 띄워 신용불량자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만 구매책으로 활용했다. 구매책은 자신이 구입한 면세품을 조씨에게 양도하고 구매금액의 30%를 지급받았지만 카드 결제금액을 지급불능으로 처리해 결국 신용불량 상태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조씨는 운항 중인 항공기 내에서는 전산회선 등 통신장비 사용이 불가능해 일반 카드사 가맹점처럼 실시간 결제 승인이 이뤄지는 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제도적 맹점을 악용했다. 기내 면세품 구매시에는 카드사 승인없이 우선 결제가 이뤄지고 이렇게 발생된 매출전표는 통상 3~5일이 지난 뒤 신용카드사에 청구된다.
불량 신용카드로 결제하더라도 항공사는 카드사에 해당 금액을 청구해 결제대금을 받을 수 있고, 카드사는 카드 소유자에게 결제대금을 지급받을 수 없기 때문에 카드사의 손실이 증가하는 구조다.
항공사.카드사들은 수년 전부터 이 같은 맹점을 보완하려고 카드사별로 신용불량자 명의로 된 신용카드 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기내 결제 시스템에 사전에 입력시키도록 조치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 결과를 국내 대형 항공사와 여신금융협회, 관세청 등에 통보하는 한편 유사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보고 단속을 확대할 방침이다.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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